최정 / 모모 2010. 12. 5. 14:25

 

늙은 나무의 노래


      전등사傳燈寺에서


 


                            최 정


 


 


 


군더더기 다 버리니


몸통만 남았구나

 

한줌 안 되는 노란 잎


자잘한 욕망의 껍데기처럼


무겁구나

 

다 내주니 받아라

 

고목이라고 쓸쓸한 눈빛


건네지 마라

 

바람소리 한 오백년 듣다 보면


알게 되리라

 

남은 몸통마저 텅 비우고


바람보다 가벼워지고 싶다는 걸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