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 모모 2010. 12. 20. 15:31

 

 

                       박영근

 

 

저 탑이

왜 이리 간절할까

 

내리는 어스름에

산도 멀어지고

대낮의 푸른빛도 나무도 사라지고

 

수백년 시간을 거슬러

무너져가는 몸으로

천지간에

아슬히 살아남아

저 탑이 왜 이리 나를 부를까

 

사방 어둠속

홀로 서성이는데

이내 탑마저 지워지고

나만 남아

어둠으로 남아

 

문득 뜨거운 이마에

야윈 얼굴에 몇점 빗방울

오래 묵은 마음을

쓸어오는

빗소리

 

형체도 없이 탑이 운다

금 간 돌 속에서

몇송이 연꽃이 운다

 

 

 

박영근,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창비, 2007)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