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권선희 '북어의 노래'

최정 / 모모 2010. 12. 9. 11:09

 

북어의 노래

 

                      권선희

 

 

낯선 동지와

서로 입을 꿰고 한 줄에 걸렸다

 

내장은 모두 발라내고

영롱한 의식은 바다에 남겨두고

헛것인 몸뚱이만

펄럭인다

 

동해 비릿한 바람이

불어오면 올수록 나는

나를 잃어야 한다

꾸득꾸득 말려드는 안타까운 삶

우두커니 밤바닷가에서

눈알도 없는 내가

안주로 국거리로 가야 한다

 

너희들이 가져가는 건 빈 몸뚱이

저 깊은 바다 속 집에서는

내 아이들이 성실하게

살다간 아비의 전기를 읽고 있다

 

 

 

권선희의 <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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