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시

최정 / 모모 2010. 12. 10. 11:39

 

산 속 절에서

                    

                       이달(李達)

 

 

산이 흰 구름 속에 있어

흰 구름을 중은 쓸지 않네.

나그네가 왔기에 비로소 문 열고 보니

골짜기마다 솔꽃 가루만 흩날리네.

 

 

 

 

도천사에서 잠자며

 

                              이달(李達)

 

 

범종이 울자 스님은 절간으로 돌아오고

나그네는 찻상에 자리를 잡네.

비인 산엔 밝은 달이 가득 비추고

깊은 밤이라 소쩍새까지 우네.

은은하게 들려오는 방울 소리

서늘한 물소리는 석계를 흘러가네.

옷깃을 헤치고 거친 섬돌을 걸으니

풀잎의 이슬이 차갑게 젖어드네.

 

 

허경진 옮김, <손곡(蓀谷) 이달(李達) 시선>(평민사, 1998.(1989초판)) 중에서

 

손곡 이달 선생은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세상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자연을 떠돌며 방랑을 했기에 아주 감각적인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균과 허날설헌의 시 스승이기도 했다지요.

'산이 흰 구름 속에 있어 / 흰 구름을 중은 쓸지 않네.'

 아, 참으로 맛깔나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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