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부평동 시절 시(1999-2009)

아홉수

최정 / 모모 2010. 12. 5. 13:02

 

아홉수


 


                                         최 정


 


 


 


 1


 전화선을 타고 흰나비 떼가 날아올랐다 당신 고집을 꺾을 수 없는 건 뻔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군대 갔을 때 아버지 쓰러졌을 때 한바탕 굿을 하고 무릎 시리도록 치성 올려야 마음 놓던 당신이 아니었던가 온갖 질병 퍼져 퉁퉁 부어오른 당신의 예순아홉, 아홉수의 고비가 달린 일이라는 데야


 

 2


 무당의 칼이 목과 등으로 휙휙 지나가고 붉은 기를 뽑은 열아홉, 신들린 것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세상은 재빨리 메이커를 바꾸었어 마구잡이 폭탄세일이었어


 

 3


 이상하지?


 깨끗하게 정돈된 모텔보다 담배 연기 달라붙은 벽지를 타고 삐걱이는 침대에서 더 흥분한 것은?


 뒷골목을 추억하는 스물아홉은 불길하다


 산문散文에 가까워진 나이다


 

 4


 굿이 절정에 이르자 애기 동자가 무당 몸에 실린다


 애기 동자의 말은 내 몇 줄의 시보다 예언적이다


 예순아홉이


 살 살


 려 려


 달 달


 라 라,


 스물아홉은


 신들린 세상 향해 접속을 시도하지만,


 음성사서함에메시지나연락번호를남겨주십,통화료가부과되오니원치않으시면끊어주,음성녹음은1번연락번호는2번……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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