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최성민 '사랑의 나무'

최정 / 모모 2011. 1. 9. 12:48

사랑의 나무

   - 도원동 연가 1

 

 

                                       최성민

 

 

 

 매서운 동장군의 심술이 도원동 고개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가지가 반듯하고 뿌리가 튼튼한 교목들은 어깨를 활짝 펴고 시베리아의 칼바람과 맞서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사랑도 그러합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고갯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빛으로 빛나고, 수많은 갈림길에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지켜줄 수 있는 교목입니다

 그대가 나를 지켜볼 때부터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그대를 위해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런 사랑의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최성민, <도원동 연가>(우리글,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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