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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의 『우리 침뜸 이야기』(학민사, 2009)

최정 / 모모 2011. 1. 26. 17:40

 

 

정진명의 『우리 침뜸 이야기』(학민사, 2009) 중에서

 

 

 한국 침구학의 현실

 침은 한겨레가 이 땅에 살기 시작한 첫날부터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시골에 가면 어느 동네나 침을 잘 놓는 집이 있어서 동에 어귀에는 말뚝을 하나 박아놓고 침놓는 집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침 시술은 불법입니다. 이 내력은 이승만 정권의 출범까지 올라갑니다. 해방 후 정부가 출범하면서 의료정책을 수립하게 되는데, 침구사의 존재를 인정하던 일제 때와 달리, 이승만 정권은 동양 전래의 의학에 거의 무지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보건을 담당하는 쪽에서 의료정책을 세우는데, 간단히 서양의학만을 수용합니다. 동양의학에 종사하는 분들이 담당자들과 장관까지 만나지만 무산됩니다.

 

 그래서 수천 년 동안 우리 백성의 삶을 살리던 갖가지 치료법은 일제히 불법의료행위로 전락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의료행위는 묵인되었습니다. 워낙 오랜 세월 치료를 해온 방법이고, 또 일제 때에 침구사제도가 있던 데다가, 실제 생활에서 큰 효과를 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제재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묵인, 즉 모른 체한 것입니다. 양지에서는 서양의학이, 음지에서는 동양의학이 사람들의 병을 다스리는 희한한 시대가 해방 후에 시작된 것입니다.

 

 이 어정쩡한 관계는 1962년의 의료법 개정으로 일단락됩니다. 즉 이 법으로 전통의학은 한의사들이 완전히 독점하게 되고, 그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확정됩니다. 원래는 한약 전문의인 한의사와 침뜸, 안마 전문가는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침구사, 안마사가 따로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때 모든 시술권을 약 전문인 한의사에게 통째로 넘겨준 것입니다.*(김일훈, 신약, 인산동천, 2000.) 그래서 한약을 짓는 약방은 한의원으로 승격되고, 침을 놓는 의원들은 불법으로 한 번 더 확실히 전락한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침은 불법의료행위입니다.

 원래 사람의 병을 고친다면, 그것은 당연히 의료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법이 그것을 보장해 주지 않는 이유는, 밥그릇 싸움 때문입니다. 침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답은 자명하지요. 침이 합법화되면 손해를 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중국은 사정이 다릅니다. 그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아예 서양의학과 동등하게 치료행위로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은 법과 의학 위에 사람을 놓는 까닭입니다. 법보다 사람이 먼저인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의사와 한의사가 환자를 놓고 서로 상의하는 일이 당연한 풍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짧게는 2년부터 길게는 6년까지 정식 교육과정을 갖춘 대학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정작 세계의 침구학계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언제든지 침구 대학을 설립할 수 있고, 또 침을 치료의 중요한 방법으로 인정하여 일반 의학대학에서도 정규과정에 침술을 넣었습니다. 침이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고 검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의사들은 침을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석은 세계 의학계의 대세입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 중국입니다. 중국에서는 침구학을 자신들의 전통 의료로 자부하면서 세계의 한의학을 주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침술이 나오면 그것을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어서 전국의 병원에서 전문 의사를 모아 배우게 하고는 다시 각 지역으로 그들을 보내어 의사를 양성합니다. 그래서 순식간에 전국으로 시술방법이 퍼지는 아주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침구학계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재편되고 있고, 여기에 일본이 가세하고 있는 그런 형국입니다.

 

 한국의 침뜸은 중국과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능가합니다. 그만큼 국내에는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침구사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불합리한 제도로 인하여 현재 별을 몇 개씩 달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달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지경이니, 세계 침구계를 우리가 선도한다는 꿈은, 명왕성이나 해왕성에서 벌어지는 소식만큼이나 아득한 일이 돼버렸습니다. 별 달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침을 놓는 것, 이것이 한국 침구학의 눈물겨운 현실입니다.

  이런 이야기 더 해야 가슴만 아프니 이쯤에서 마치고자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인류의 삶과 의학체계를 확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우리 곁에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고 있다는 것으로 우울한 이야기를 마칩니다.

 

 

 침에 대한 몇 가지 오해

 ①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위험합니다. 침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의료업자들이 퍼뜨린 음모입니다. 침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고 경락을 따라서 침을 놓으면 위험할 턱이 없습니다. …

 침이 위험하다는 말에는 옛날의 분위기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쇠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바늘을 가늘게 만들면 부러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침이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곤 했습니다. 이걸 막으려고 굵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통증도 더 심하고 실제로 깊이 찌르면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용하는 침은 실침입니다. 실침이란 아주 가느다란 호침을 말합니다. 실침의 굵기는 0.25㎜이고 길이는 5㎝입니다. 0.25㎜면 머리카락보다 더 가느다랗습니다. 끝이 둥글어서 침을 찌르면 살을 찢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집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② 기운을 깎아먹는다?

 침은 기운을 깎아먹으므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틀린 지식입니다. 침은 온몸의 기를 고르게 펴는 작용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 곳에 몰려있던 기가 침이 들어가는 순간 침 주변으로 몰리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잠시 기가 쏠리면서 현기증 같은 것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몸이 제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균형을 찾은 뒤에는 기가 고르게 펴집니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몸속에 있던 기를 고르게 펴는데 그 기운을 깎을 이유가 없지요,

 기가 고르게 펴진다는 것은, 일반인들보다는 기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침을 놓았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태극권이나 기공 같은 수련을 하는 분들에게 침을 꽂으면 각 경락을 따라서 기가 도는 것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때로 침을 맞은 뒤에 몸이 노곤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막혀 있던 몸의 곳곳이 침으로 인하여 뚫리면서 갑자기 오장육부의 활동이 왕성해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바람직한 증상입니다.

 

 

 ③ 오래 배워야 한다?

 물론 오래 배울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배우지 않아도 크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중2학년인 저의 딸도 침을 놓습니다. 제가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에 어머니가 급체를 당했는데, 중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이 옆에 있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로 어디어디를 놓으라고 지시했고, 딸아이는 그렇게 했습니다. 30분 만에 위급한 돌발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칠순 노인의 급체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병입니다. 침놓는 것을 옆에서 몇 번 구경한 손녀가 그것을 고친 것입니다. 이렇게 주변의 가족이나 이웃에게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침입니다. 오래 배울수록 좋지만, 단 하루만 배워도 아주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것이 침입니다.

 

 

병이 있으면 고치는 방법도 있다

- 병이 있으면 그것을 고치는 방법도 반드시 있다.

- 몸은 본래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관성이 있다.

 

 자,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따스해지지 않나요? 저는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은 몸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살았습니다. 건강한 편이 아닌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은 한 번 병이 난 몸은 낫더라도 원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건강했던 몸은 세월과 함께 점점 병들어간다는 사실을 마치 무슨 확신인양 받아온 의학상식 때문입니다. 이 의학상식은 주로 서양의학에 의해서 주입된 것입니다. 다라서 서양의학은 암 같은 불치병 위에 우뚝 서서 사람들에게 공갈 협박을 합니다. 당신은 언제든지 병 들 수 있으며, 한 번 병이 들면 당신의 인생은 끝장이라고.

 

 그러나 동양의학은 다릅니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병이란 몸의 균형이 깨진 것입니다. 몸의 균형이 허물어져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었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면 되는 것입니다. … 외부의 충격으로 생긴 변화를 스스로 소화하여 자기 중심을 잡으려는 본능이 인간의 몸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병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그런 균형을 회복하려는 소우주의 자기방어 시스템인 셈입니다. 다라서 침을 통해서 그런 자기방어 시스템의 기능을 도와주고 인체는 놀라울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종말을 두려워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추한 모습으로 병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말이죠. 그런데 저는 침을 배우면서 그런 두려움조차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이 들면 그 병을 다스리는, 그래서 인체 본래의 균형 시스템을 도와주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면 된다는, 뜻하지 않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차피 이 삶에 큰 집착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똥 싸고 뭉개는 말년의 추태만은 없어야겠다는 막연한 바람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인데, 그런 두려움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침이 저에게 준 또 다른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자 : 정진명

 충난 아산 출생하여 충북대 국어과를 졸업하였다. 1994년부터 활쏘기, 2000년부터 단전호흡과 명상, 2004년부터 태극권 수련을 하였다. 저서로는 『우리 활 이야기』, 『한국의 활쏘기』, 『이야기 활 풍속사』, 『용설』, 『정신의 뼈』외 다수가 있다.

 

 * 출판사 리뷰

 『우리 침뜸 이야기』는 이러한 훌륭한 전통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려는 책이다. 침에 관한 책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실제로 한의사들이 침을 놓고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동양 삼국에서 공통으로 연구된 분야이기 때문에 훌륭한 명의들이 낸 책이 많아서 그것을 번역한 것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서적들은 모두 전문가들이 참고하려고 만든 책들이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침술은 아주 낯익은 것이었고, 누구나 응급처치법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동네마다 침을 놓는 사람들이 있어서 응급환자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침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를 썼다. 앞부분에서는 침의 종주국이 고려이고 우리나라의 침술은 옛날부터 중국을 능가할 만한 실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침은 우리에게 아주 낯익은 것임을 밝혀서 누구나 시술할 수 있는 쉽고 좋은 의술임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침술 부분에 들어가면 동양의학의 토대를 이루는 음양오행설을, 아주 쉬운 예를 들어가며 책을 처음 읽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경락도와 함께 일생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응급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응급처방과 몇 가지 중요한 처방을 소개했다.  

  이 책을 쓴 정진명은 한의사가 아니다. 침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뜻밖에도 그는 중학교 국어선생님이다. 그런데도 평범한 교사가 침에 관한 책을 쓴 것은, 뒤집어 말하면 침술이라는 것이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술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침술의 그러한 성격을 아주 잘 설명한다. 내용도 쉽게 풀이했고, 그래서 누구나 이 책만으로도 쉽게 침술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침이야말로 가장 대중화할 수 있는 치료법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어렵게 보이던 침술의 원리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자 성과이다. 사람에게 위험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 위급상황에서 가장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침이고, 또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침이다. 이런 간단한 응급처치를 못해서 큰일을 당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아이들이 급체를 당해 실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인들이 급작스럽게 혼절하여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경우도 그러하며, 유명 권투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져서 끝내 목숨을 잃게 된 사례도 본다. 이런 것들은 모두 갑작스런 환경변화로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서 그런 것이다. 이 상태에서 119로 연락하여 응급실로 실려 가면 큰일을 당하게 된다. 응급실로 실려 가는 20-30분 동안 심장과 폐가 작동하지 않으면 뇌가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발의 끝을 따서 피를 한 방울 내면 간단히 회복된다. 이 방법은 약도 아니고 물리치료도 아니다. 침만이 신통한 효력을 낸다. 침으로 따면 즉시 의식이 회복된다. 일단 따고서 응급실로 가면 가는 동안에 대부분 깨어난다. 뒤처리는 응급실에서 하면 된다. 침 하나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침에는 이와 같은 슬기가 담겨 있다. 그것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어려운 학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제도권에서는 더욱 깊은 연구를 하여 병구완의 방법을 세워야겠지만, 일반인들은 그들대로 배운 만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침술이다. 침은 하루만 배워도 쓸 수 있다. 이틀을 배우면 이틀 배운 만큼 쓸 수 있는 것이 침이다. 또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아주 깊이 있게 연구해서 쓸 수 있다. 그러니 침은 대중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중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침의 일반 원리와 방법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명이 필요한데, 이 책은 그러한 원칙과 목적에 충실하게 씌어졌다.

 

 

 

 

* 목차

들머리

1. 동양의학의 기초 상식

2. 경락의 세통로와 이름

3. 인체와 시간

4. 기혈과 사기

5. 진단과 치료

6. 침놓기

7. 치료의 실제

8. 경락과 혈

9. 경락 혈도

혈자리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