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의학(침뜸)/침뜸 관련 책들

조헌영,《통속 한의학 원론》

최정 / 모모 2011. 2. 22. 11:19

조헌영,《통속 한의학 원론》(학원사, 2007)

 

 

 이 책은 윤구병 선생이 조헌영 선생의《통속 한의학 원론》을 주해한 책이다. 쉽게 풀어썼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반적인 한의학· 중의학 기초 서적들이 일정한 패턴에 의해 구성된 것에 비해서, 이 책의 구성이나 내용은 그 틀에서 더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동양 의학과 서양 의학의 임무> 부분이었다. 동서양 의학을 비교한 부분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가령 "동양 의학은 철학에 바탕을 두고, 서양 의학은 자연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구절! 내가 동양 의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도 단순히 뜸을 뜨고 침을 찌르는 문제가 아니었다. 침뜸의 세계를 알아가는데 스스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바로 철학의 문제였다. 자연을 바라보는 문제, 사람의 몸을 바라보는 문제, 결국은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문제였다.

 

 또한 이런 부분. "서양 의술은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의사에게 독점되지 않을 수 없고, 또 거액의 의료비를 받지 않을 수 없으니 현대 의술은 돈이 많이 들어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널리 혜택을 미치기 어려운 의술이나, 동양 의술은 가정에서 누구나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서민적이다. 그래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할 때는 서양 의술이 제격이고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의술로는 동양 의술이 훨씬 더 적당하다. 그 이유는 치료 방법의 차이에 있다.

 서양 의술의 치료 방법은 인공적이어서 눈앞에서 그 노력의 양과 정도가 추정되며 또 의사가 없거나 시설이 없으면 시행할 수 없는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보수를 요구할 권리도 느끼고 병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며 그 대가를 치를 의무도 느끼게 되지만, 한의술의 치료는 자연적이기 때문에 의료 효과의 정도가 극히 애매해서 병자가 많은 보수를 치를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한방 요법은 지극히 간단해서 돈벌 욕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치료 방법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물욕과 권위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간단한 것을 감추고 일부러 어려운 것처럼 가장하는 일이 많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재래의 한의학에 미신과 전설과 비법 등 불순물이 많이 섞이게 된 것이다.

 한의학의 당치 않은 비밀주의는 모두 이런 사람들 때문에 생긴 좋지 않은 습성이다. 의술 그 자체를 신비화하기 위해서 치료법은 비밀에 부치고 그것을 어려운 것으로 꾸며 기술을 높이고 병자를 많이 끌어서 돈을 모으려고 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한의학에 대한 지나친 악의에서 나온 해석이 될지는 모르나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의 장점은 대중을 위하고 숨어서 덕을 베푸는 데 있다."

 정말 침뜸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아무나 못 배운다는 것은 제도적 교육 질서가 만든 엄청한 편견이다.) 침과 뜸이야말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재료를 구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동서양 의학의 단점에 대해서는 똑같이 비판을 하는 입장을 가지도 있다. 이 책의 저자가 6·25 전쟁 중에 납북된 인물이고, 이 책이 첫 출판된 것은 1934년이라고 한다. 현재의 의료계 현실을 본다면 저자는 또 어떤 판단을 하게 될 지 생각해 본다. 

 

 

 

* 저자소개 - 조헌영. 1900년 경상북도 영양에서 출생하여 1927년 일본 와세다 대학 고등 사범부 영문과를 졸업했다. 신간회 본부 총무 간사, 조선 이료회 회장, 조선어학회 표준말 사정위원, 큰사전 편찬 전문위원, 제헌 국회의원, 헌법 기초위원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위원 등을 지냈으며, 6.25 동란 중 납북되었다. 주요 저서로『통속 한의학 원론』『민중 의술 이료법』『폐병 치료법』『신경쇠약 치료법』『위장병 치료법』『부인병 치료법』『한의학의 비판과 해설』『물질문명은 어디로』 등이 있다.

 

* 목차(291쪽)

[일반론]
동양 의학과 서양 의학의 임무 / 동서 의학의 접근 / 공통성과 특수성 / 체질, 영양분, 소화 , 동화
생명 환동의 신비 / 한의학과 내분비 조절 / 현대 의학도에게 바라는 점 / 한방 치료에 임하는 사람들의 폐단
[음양]
음양의 개념 / 계절의 음양과 인체의 건강 / 때에 따른 증세의 변화 / 체질의 음양 / 증세이 음양 / 장부의 음양
경락의 음양 / 맥동의 음양 / 약성의 음양 / 동작, 형태, 수의 음양 / 음양의 상대성 /호르몬과 신경 / 음양이 조절되지 않는 까닭
[장부학]
장부의 기능 / 장부 오행설의 학술적 근거
[증후학]
맛 / 색 / 감정 / 조직 / 계절 / 기타
[경락학]
경락이란 무엇인가? / 경락의 부위와 소속된 장기 / 경락 운행의 순서 / 경락의 음양과 근육의 굴신 / 경락과 감정, 동작, 촉감
질병의 반응이 두드러지는 곳 / 기경 팔맥 / 기경과 정경의 연락 관계 / 경락과 증세

[맥학]
맥이란 무엇인가? / 병의 진단과 맥 / 맥을 짚는 부위 / 맥의 원리 / 맥을 보고 진찰하는 법

[약리학]
약물의 선택 / <본초강목> 비판 / 한약 연구의 방법 / 약물의 분류 / 기, 미, 색론

[처방약]
일반론 / 진단과 치료 / 처방

 

* 출판사 리뷰

이 책의 특징은 첫째, 한의학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도록 애썼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한의학의 치료법은 병의 명칭에 따라 일정한 특효약이 없고 어떤 약이 특히 무슨 병에 잘 듣는다는 것도 없다. 병 이름은 같아도 체질과 증세에 따라 약이 다르므로 하나하나의 약보다도 근본 원리를 알아 응용할 수 있게 하였다.
둘째, 일반적으로 한의학은 미신과 전설이 뒤섞여 있고 한자로 쓰인데다가 어렵고 설명이 비현대적이어서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이 책은 설명을 논리적으로 하고 문장을 쉽게 가다듬어 누구나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셋째, 한의학 여러 학파의 학설을 비교하고 비판했다. 한의학에는 저마다 다른 갈래가 있고 대립되는 학설이 있다. 이것을 모르고 한의학을 공부하면 힘만 들고 얻는 것이 적으므로 여러 갈래의 학설을 이론적으로 비판하고 그 성과를 모았다.

넷째, 논리는 모두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세웠다. 앞사람의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실제에 비추어 봐서 확실한 것만 실었다.
다섯째, 한의학과 서양 의학을 비교하여 조화시켰다. 한의학과 서양 의학은 입장이 서로 딴판이어서 서로 대립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인식, 한의와 양의는 저마다 특색이 있어 공헌하는 방면과 부문이 다르긴 하나 인류의 생명을 지키려는데 목적이 있고 연구 대상도 다같이 사람의 몸과 병과 약물이므로 자연히 합치점과 조화가 있다. 이것을 이책에서 다루고 있다.
여섯째, 누구든지 상식적으로 쉽고 안전하게 치료 효과가 좋도록 한방 치료법을 이용하게 했다.

일곱째, 예를 들 경우 모두 일상생활에서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것만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