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의학(침뜸)/침뜸 관련 책들

나도균의 《침 좀 맞으러 왔는데요》(보는소리, 2008)

최정 / 모모 2011. 3. 2. 22:15

나도균, 《침 좀 맞으러 왔는데요(보는소리, 2008)

 

이 책의 저자는 의사, 한의사 두 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복수 면허자이다. 잘나가던 병원을 접고 ‘불혹’의 나이에 다시 한의대에 들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통합의학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특이한 이력이 흥미를 끌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책의 분량도 적고, 각 소제목에 해당하는 내용도 매우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빠른 속도로 읽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본문 중 일부의 글이다.

‘당신은 검사상은 정상입니다.’ 그러면 환자는 ‘그래서 정상이라는 것입니까? 아닙니까?’
하는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답은 ‘검사상 수치는 정상이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환자는 항의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환자는 ‘당신 돌팔이 아니야?’하고 화를 내고 돌아서는 일도 있었다.
천식도 있고 고혈압, 당뇨도 있는데 온몸의 관절이 아프던 할머니, 설사를 계속하는 세탁소 아줌마, 가슴에서 불덩이가 치솟는 환자, 몸이 흔들리는 아저씨 등등 나를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기수련에 관심이 생겼고, 한의학 서적을 접하게 되었다.
복통 하혈을 해서 대학병원과 큰 병원을 거쳐 조그만 내 클리닉으로 찾아왔던 젊은 환자에게, 마약을 주고도 진통이 되지 않아서 결국은 이거라도 하는 심정으로 했던 뜸으로 즉시 복통이 멎는 것을 보고 황당해 하기도 했다. 질병에 대한 안타까움이, 인체에 대한 호기심이, 사물에 대한 궁금증이 언제나 나를 몰아세웠다. 이런 것들이 나를 한의학으로 이끌었다.

 

저자는 현대의학을 한의학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먼저 의사의 길을 걸어서인지 서구적인 현대의학 지식 + 한의학의 오장 중심 사고와 한약의 우수성 + 약간의 경락적 사고가 섞여 있었다. 질병에 대한 접근도 몸을 해부학적으로 접근하고, 현대의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한계점을 말하고 다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한의학적인 치료가 더 좋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구적인 관점으로 몸을 보는 것이 고정화되어서인지 저자가 뒤늦게 한의학을 공부했다고는 해도 몸을 전체적으로 하나로 보는 관점은 없다. 참 아쉽다. 현대의학의 병폐를 완전히 인식하고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한의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뿐 두 가지를 어설프게 얽어서 끌어 안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아무튼 두 가지 영역을 모두 정규 대학 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관점의 변화를 보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소 위험한 발상도 보인다. 침과 뜸 이야기도 하지만 한약의 탁월한 효과를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점. 일부 수술에 대해서도 너그럽다는 점. 항생제와 한약을 동시에 쓰면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 점 등이다. 각각의 사람에 맞게 무농약 자연산 재료로 소량의 한약을 보조로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한약은 우리 몸에서 그야말로 결국은 독성으로 남을 가능성이 지배적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항생제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다니!

 

하긴 그렇다. 이땅에서 병원을 열고 먹고 살자면 의사, 한의사들의 네트워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일인데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책을 펼친 것이 잘못이다. 그리고 현실이지만 안타깝게도 저자가 한의대에서 배운 침은 오행침이다. 그래도 뜸은 직접구를 종종 하는 것 같다.

모든 걸 떠나서 서양의학적인 사고에 젖어 있던 사람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너도나도 역시 한약(보약)이 그나마 최고야 하고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 목차(214쪽)

- 세상이 한의학에 눈을 돌린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 / 한의학과 국가경쟁력 / 어느 복수 면허자의 고백 / TP와 소염제
의사와 한의학 / 의과대학 동문들과의 대화 / 뇌척수막염, 뇌막자극증후군 / 한약은 이로운가? 해로운가?

- 내가 알고 있는 의학상식, 진실일까?
피부의 회복 / 아리송한 급성 충수돌기염 / 물은 언제나 이로운가 / 골다공증의 진실 / 우주비행사와 골다공증
홍삼은 모든 사람에 이롭다 / 수영은 관절염에 좋은가? / 종합피부연고제 / 기공과 대체요법 선택하기 / 기공이란
어떻게 운동할 것인가? / 운동의 방법 / 만병통치약은 없다 / 약이란 / 몸에 해로운 것과 몸에 해롭지 않은 것
염증은 몸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 한약은 안전한가?(1) / 한약은 안전한가?(2)

- 한방으로 응급처치를?
가장 좋은 소독약은? / 창상의 처치 / 타박상에는 한방적 치료가 더 좋다 / 서양의학과 한의학에서의 화상치료

- 질환에 대한 한방적 치료
요통의 치료 / 추간판 탈출증의 두가지 증상 / 오십견의 치료 / 슬관절통, 무릎의 병 / 간장질환 / 심장질환
소화기계질환 / 신장질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