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문동만 '청어'

최정 / 모모 2010. 12. 3. 10:28

 

청어

 

 

                            문동만

 

 

 

청어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면

그놈의 오장육부에 잔가시를 박으며

기꺼이 죽어준다고 한다

아무리 힘센 놈이라도 그 잔가시의

껄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부터는 청어를 잡아먹지 않는다 한다

그리하여 나머지 청어들은

안녕하고 가끔 몇몇의 청어는 자진하여

검은 아가리 속으로 제물처럼

바쳐주곤 한다는 것인데 그런 뭣 같은

얘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엉터리 같기도 하던 꽃비 내리는 봄날인데

오늘 청어 같은 한 사람이

스스로 기름 붓고 구워지셨다

터진 살 사이로 잔가시만 앙상한

물고기 한 마리 하늘길 따라 오르던 날

허방에도 어떤 여린 내장이 있는지

자디잔 핏방울이 떨어졌다

 

 

 

 

문동만의 <그네>(창비,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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