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
문동만
청어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면
그놈의 오장육부에 잔가시를 박으며
기꺼이 죽어준다고 한다
아무리 힘센 놈이라도 그 잔가시의
껄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부터는 청어를 잡아먹지 않는다 한다
그리하여 나머지 청어들은
안녕하고 가끔 몇몇의 청어는 자진하여
검은 아가리 속으로 제물처럼
바쳐주곤 한다는 것인데 그런 뭣 같은
얘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엉터리 같기도 하던 꽃비 내리는 봄날인데
오늘 청어 같은 한 사람이
스스로 기름 붓고 구워지셨다
터진 살 사이로 잔가시만 앙상한
물고기 한 마리 하늘길 따라 오르던 날
허방에도 어떤 여린 내장이 있는지
자디잔 핏방울이 떨어졌다
문동만의 <그네>(창비,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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