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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동짓날 기나긴 밤을'

최정 / 모모 2010. 12. 2. 12:49

 

동짓날 기나긴 밤을

 

 

                                           황진이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 <한국고전시가선>(창작과비평사, 1997) 중에서 -

                         한국고전시가선

 

 

 

 

하, 어느 구절 하나 절창이 아닌 구절이 없어서

저절로 카아---, 감탄사가 나옵니다.

가장 춥고 기나긴 동짓날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내다니요!

그 긴 밤을 봄바람 이불 아래에 서리서리 넣다니요!

님이 오신 밤에 굽이굽이 펴겠다니요!

 

가장 쉬운 말로 쓴, 가장 애절한 연시네요.

그냥 그립다, 사랑한다 라는 단어보다 수천 배의 증폭을 남기는

시적 상상력을 주는 이런 시를 만나면 참 행복해집니다.

질투가 납니다.

 

아, 미인박명(美人薄命)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