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장석남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최정 / 모모 2010. 12. 4. 11:19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장석남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울가로 나가 손 씻고 낯 씻고 내가 저지른 죄를 펼치고 가슴 아픈 일들을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또 사랑을 펼쳐요 하여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의 다른 하나를 알아내곤 해요

 

 

 

 

 

장석남의 <뺨에 서쪽을 빛내다>(창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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