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 '묵' 묵 박후기 주점 홍등 아래 앉아 묵을 먹는다 청춘을 잃고 뒤늦게 연약을 매만지는 법을 배운다 잡힐 듯 말 듯 의심 많던 손아귀에서 끝내 부서져버린 첫사랑을 생각한다 움켜진다고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으므로, 탕진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오늘이 아니었으므로 돌아갈 여자도 도망칠 내일도 없..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17
이선영 '어느 대낮에 스치는 생의 풍경' 어느 대낮에 스치는 생의 풍경 이선영 때로 트럭에서 떨어져내린 배추 몇포기가 야채장수로 하여금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모험을 감행하게 한다 그냥 갈 수도 있었다 고작 몇푼 안되는 것, 그렇지만 아직 멀리 온 것은 아닌데, 여전히 눈에 밟히는데 무 배추 가득 실은 소형 트럭에는 비상등이 켜져 있..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