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의 동거
최 정
창문 하나 사이에 두고
동틀 때마다 벌어지는 신경전
가시 걸린 듯 쾍쾍거리는 소리
이불 뒤집어 써보지만
남의 비밀스런 얘기 엿듣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귀가 곤두서는 것이다
다행히 통통하게 살 오를수록
녀석의 목청은 제법 경쾌하게 바뀌었고
우리의 동거는 평화롭다
우렁찬 목청으로 상쾌하게 동튼 아침
주인집 아저씨 내려와
복伏날용으로 목 비틀어 버렸다
목에 낀 가래처럼 숨 막히던 그 밤
냉장실 달걀이 부화하는 꿈을 꾸었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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