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용현동 시절 시(1997-99)

닭과의 동거

최정 / 모모 2010. 12. 5. 12:57

 

닭과의 동거


 


                       최 정


 


 


 


창문 하나 사이에 두고


동틀 때마다 벌어지는 신경전


가시 걸린 듯 쾍쾍거리는 소


이불 뒤집어 써보지만


남의 비밀스런 얘기 엿듣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귀가 곤두서는 것이다


다행히 통통하게 살 오를수록


녀석의 목청은 제법 경쾌하게 바뀌었고


우리의 동거는 평화롭다


우렁찬 목청으로 상쾌하게 동튼 아침


주인집 아저씨 내려와


날용으로 목 비틀어 버렸다


 

목에 낀 가래처럼 숨 막히던 그 밤


냉장실 달걀이 부화하는 꿈을 꾸었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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