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부평동 시절 시(1999-2009)

달력 아래 누워

최정 / 모모 2010. 12. 5. 13:17

 

 달력 아래 누워



 


                                          최 정


 


 


 


 날짜들이 우수수 머리맡에 쌓인다 봄나들이, 여름휴가 푸른 날짜들이 잠깐 튀어 올랐다가 부서져 내린다 목 겨누던 봉급날이 바람에 날리고 술 취한 골목들이 비틀거리며 내려온다 불온한 꿈꾸던 밤들은 소화불량에 걸려 위태롭다 똑바로 눕기가 불편해 뒤척이자 고뿔 걸린 방이 콜록거리며 돌아눕는다 알고 있지 않은가 값싼 지식을 팔아먹은 날짜들이 진눈깨비처럼 떨어져 내리리란 것을 이미 접속된 욕망의 코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달력 아래 누워 쏟아지는 날짜들의 무게를 잰다 점점 가벼워지는 달력의 몸


 




 그 아래 새우잠 자는 날짜들의 뼈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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