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부평동 시절 시(1999-2009)

말의 사원

최정 / 모모 2010. 12. 5. 14:03

 

말의 사원


 


                           최 정


 


 


 


시를 쓴다던 80년대 학번 선배는


자꾸 말의 사원에 가고 싶어 했다

골목 끝자락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말의 사원


퀴퀴한 지하 일층은 참더라도


형편없는 안주 맛에 가고 싶지 않던 그 곳


 

여기가 어딘지 아니?


시야, 시;詩


말씀;言으로 쌓아올린 사원;寺이 시야


멋있지 않아?


너, 시가 뭔지나 알아?


 

술집 주인은 시 쓰는 사람일거라고도 했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고도 했으나


술에 취하는지 시에 취하는지 새벽까지 쏟아지는


그 선배의 말에 취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 하나는 근사했던 그 집, 말의 사원


까마득하게 잊고 지낸 그 이름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그 집


마주치면 피해가던 그 집


어느 날 불쑥 튕겨 올라와 그리워지는 그 집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