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도시의 꽃
최 정
인천은 바람이 많아 좋았다
월미도로 달려가 바람 맞아도 좋았다
지저분한 골목 거름으로 삼고
24시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 받아
거대한 빌딩 숲에 싹 틔우고 싶었다
아스팔트 위에 꽃 피우고 싶었다
멱살 쥔 술꾼들의 주먹에
이어폰 낀, 지하철의 수많은 귀에
질주하는 자동차들 번호판에
빨간 신호등처럼 곳곳에 피어나고 싶었다
바람 부는 도시의 거친 꽃처럼
나는 항상 노을의 건너편에 서 있었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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