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사원
최 정
시를 쓴다던 80년대 학번 선배는
자꾸 말의 사원에 가고 싶어 했다
골목 끝자락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말의 사원
퀴퀴한 지하 일층은 참더라도
형편없는 안주 맛에 가고 싶지 않던 그 곳
여기가 어딘지 아니?
시야, 시;詩
말씀;言으로 쌓아올린 사원;寺이 시야
멋있지 않아?
너, 시가 뭔지나 알아?
술집 주인은 시 쓰는 사람일거라고도 했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고도 했으나
술에 취하는지 시에 취하는지 새벽까지 쏟아지는
그 선배의 말에 취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 하나는 근사했던 그 집, 말의 사원
까마득하게 잊고 지낸 그 이름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그 집
마주치면 피해가던 그 집
어느 날 불쑥 튕겨 올라와 그리워지는 그 집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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