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부평동 시절 시(1999-2009)

젊은 아버지

최정 / 모모 2010. 12. 5. 14:10

 

젊은 아버지


 



                      최 정


 


 


 


나는 늘 젊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제일 먼저 일어나


커다란 지게 지고 대문 나섰다는


젊은 아버지 뒷모습이 궁금했다


황소 같은 입김 새벽 공기에 반짝이는


젊은 아버지를 상상하며 어른이 되었다


 

스무 살,


중환자실로 실려 온 아버지


초라하게 늘어진 성기性器 처음 본


스무 살,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기도 전에


사랑의 환상마저 빼앗긴


그 어느 날


 

나는 늘 젊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정말 피하고 싶었던 일


팔순의 아버지에게 소변통 받혀주다


다시 마주친,


그 작고 늙은 성기가 가여워서


부끄러움 잊은 그 작은 성기가 슬퍼서


고개 돌리고야 마는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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