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부평동 시절 시(1999-2009)

지리산 피아골

최정 / 모모 2010. 12. 5. 14:12

 

지리산 피아골


 



                            최 정


 


 


 


하얗게 마른 뼈들이


흑백 필름처럼 줄지어 선 고사목 지나


 

왜 하필이면


피아골에서 길을 잃었던 것일까


 

빨치산의 붉은 피 흘러


시뻘건 단풍 든다는 피아골에서


 

갑자기 빗물이 폭포처럼 퍼붓던


그 가파른 골짜기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길고 긴 능선


서른 살에 꼭 다시 종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서


 

왜 하필이면 피아골에서 길을 잃어


아직 못 가고 애만 태우고 있을까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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