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
최 정
하얗게 마른 뼈들이
흑백 필름처럼 줄지어 선 고사목 지나
왜 하필이면
피아골에서 길을 잃었던 것일까
빨치산의 붉은 피 흘러
시뻘건 단풍 든다는 피아골에서
갑자기 빗물이 폭포처럼 퍼붓던
그 가파른 골짜기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길고 긴 능선
서른 살에 꼭 다시 종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서
왜 하필이면 피아골에서 길을 잃어
아직 못 가고 애만 태우고 있을까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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