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이기인
늦봄과 초여름 사이 찾아온 감기가 좀 나아질 무렵
하루 세 번 챙겨먹은 약봉지가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부스럭부스럭 찾아오신 어머니가 감기를 가지고서 고구마 줄기처럼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감기가 좀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소나기가 좀 억세게 오는 것 같다
윗목에 앉아 억세게 비를 맞고 계신 큰 잎사귀의 몸살을 본다
이기인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창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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