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채소농사
도종환
한겨울에도 어머니의 손끝에서는
푸른 싹이 돋는다
반쪼가리 감자가 부엌 모퉁이에서
흙묻은 손을 내밀고
겨울 햇볕 근처로 모인 미나리들이
창 밖으로 푸른 줄기를 흔든다
밭고랑에는 턱밑에 얼음이 박힌 흙더미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없는데
어머니는 정성으로 모아둔 햇볕
목을 축일 물 몇 모금만으로
소한 대한에도 연두빛 손바닥을 펼쳐드는
채소를 키우신다
살아 있는 것들은 반드시
살아 있음을 표시한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에 닿는 것들은
이 겨울에도 푸르게 말한다
도종환의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1995(1994초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