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박후기
1 무너진 집안의 막내인 나는 가난한 어머니가 소파수술비만 구했어도 이 세상에 없는 아이 구석진 울타리 밑에서 흙을 먹으며 놀아도 키가 자라지 않아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2 엄마는 동생을 또 지웠다 여전히 나는 막내다 3 회를 앓는 내 얼굴은 자주 시들었다 태양을 벗어나기 위해 여름내 내가 기어간 길은 한뼘도 안되는 거리 4 내 키는 너무 작아서 바람의 손길도 닿지 않았지만 보름달 같은 엄마 엉덩이가 이마에 닿기도 했다 엄마는 아무 때나 울타리 밑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다 죽은 동생들이 노란 오줌과 함께 쏟아져나왔다 박후기,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창비, 2010(초판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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