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의 백제 미륵반가사유
김진경
이제 여중학교짜리 애가
남자애와 살림을 차렸는지
찾아간 산동네
단칸방 앞에서 불러도 대답은 없고
방문을 여니
희미하게 비쳐드는 햇빛 속
옷궤짝 위에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슬퍼하는 겐지
무슨 비밀스러운 걸 알았다는 겐지
빙긋이 웃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그애의 눈빛이 깊어
그냥 방문을 닫다
김진경, <슬픔의 힘>(문학동네, 200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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