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김진경 '그애의 백제 미륵반가사유'

최정 / 모모 2010. 12. 19. 14:18

그애의 백제 미륵반가사유

 

 

                                       김진경

 

 

 

이제 여중학교짜리 애가

남자애와 살림을 차렸는지

찾아간 산동네

단칸방 앞에서 불러도 대답은 없고

방문을 여니

희미하게 비쳐드는 햇빛 속

옷궤짝 위에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슬퍼하는 겐지

무슨 비밀스러운 걸 알았다는 겐지

빙긋이 웃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그애의 눈빛이 깊어

그냥 방문을 닫다

 

 

 

 

김진경, <슬픔의 힘>(문학동네, 2000) 중에서

 

 

 

'# 시 읽기 > 좋은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영근 '탑'  (0) 2010.12.20
박영근 '연평도의 말'  (0) 2010.12.20
허 연 '그날도 아버지는'  (0) 2010.12.19
이정록 '서시'  (0) 2010.12.19
강성은 '세헤라자데'  (0) 201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