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박영근
저 탑이
왜 이리 간절할까
내리는 어스름에
산도 멀어지고
대낮의 푸른빛도 나무도 사라지고
수백년 시간을 거슬러
무너져가는 몸으로
천지간에
아슬히 살아남아
저 탑이 왜 이리 나를 부를까
사방 어둠속
홀로 서성이는데
이내 탑마저 지워지고
나만 남아
어둠으로 남아
문득 뜨거운 이마에
야윈 얼굴에 몇점 빗방울
오래 묵은 마음을
쓸어오는
빗소리
형체도 없이 탑이 운다
금 간 돌 속에서
몇송이 연꽃이 운다
박영근,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창비,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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