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니
김혜수
잃어버린 무선전화기를 냉동실에서 찾았어
어느날 내 심장이 서랍에서 발견되고
다리 하나가 책상 뒤에서
잃어버린 눈알이 화분 속에서 발견될지 몰라
나는 내가 무서워
앞마당에 나왔는데 무얼 가지러 나왔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괜히 화초에 물이나 주고
시든 잎이나 떼는
그, 짧고도, 긴, 순간
나는 어디로 줄행랑친 걸까
빈집의 적요처럼 서 있는
너, 누구니
내가 혹 나를 찾아오지 못할까봐
환하게 불 켜고 자는 밤
이번 생에 무얼 가지러 왔는지
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김혜수,《이상한 야유회》
(창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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