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임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들
허준의 신화에 편중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 침뜸의학의 대가인 허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첫번째가 침이요, 두번째가 뜸이요, 세번째가 약이라는 말이 고전에 나와 있는데 세번째인 약에만 편중된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돈벌이에 급급한 한국 의료계의 현실을 어찌하랴.
침뜸을 배우려는 사람은 허임을 아니 배울 수가 없다. 《침구경험방》을 발행한 허임기념사업회에서 쓴, 허임의 침구경험방에 대한 의료사적 위치를 해설한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침구경험방보다 30여년 앞서 나온 동의보감도 임상의학 창출보다는 의학경전 재구성을 통한 집대성의 의미가 크다. 침구부분도 재구성이라는 의미는 주목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중국의서를 인용한 것이다. 동의보감 침구편과 병증별 침구처방은 그때까지 존재해왔던 중국의 의방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편집한 것일 뿐 조선의 임상을 바탕으로 한 의학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허임의 침구경험방은 자신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의 침구술을 정리한 침구전문서이다. 따라서 중국의 침구의학 서적이 아니라 조선의 침뜸의학 서적은 허임의 침구경험방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막상 처음에《침구경험방》을 읽으려면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사 놓고 한참 후에나 뒤적이게 되었다. 나중에 공부가 더 깊어지면 다시 두고두고 볼 생각이다. 그냥 책장에 꽂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그런 책이다. 언젠가는 허임의 침구경험방이 환히 보이는 날을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간직하면서.
손중양의《조선 침뜸이 으뜸이라》는 허임의 일대기를 추적한 평전이다. 어의까지 올라 선조에게 많은 침을 놔준 허임이었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의 일생에 대한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 손중양 분은 허임과 관련된 문헌 자료를 최대한 발굴하고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한 권의 평전을 완성한 셈이다. 허임의 발자취가 궁금한 사람은 읽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때 평전이라는 장르에 푹 빠져서 작가, 예술가, 화가, 혁명가, 지도자 등의 여러 평전을 읽은 탓이었는지, 《조선 침뜸이 으뜸이라》를 읽었을 때는 막상 뭔가 허전함이 있었다. 나름대로 평전의 완성도를 따져보는 개인적인 습관 탓이다. 글쓴이가 전문 작가가 아닌 탓도 있을 테고, 자료가 부족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허임의 일생에 대한 책이 한 권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책이다.
1. 허임,《침구경험방》(허임기념사업회, 2006)
* 목차(253쪽)
일러두기 / 해설 / 서문
제1장 총론
1. 잘못 잡는 혈 / 2. 오장의 병증 / 3. 신체의 해당 장, 부, 경 / 4. 오장육부 관련 병 / 5. 십이경 주요혈
6. 침구법 / 7. 별혈 / 8. 모혈, 원혈, 회혈 / 9. 십이경정형수경합방통 / 10. 치수를 재는 법
제2장 각론
1. 머리와 얼굴 / 2. 귀 / 3. 눈 / 4. 입 / 5. 코 / 6. 해수 / 7. 인후 / 8. 뺨과 목 / 9. 이빨 / 10. 가슴
11. 배와 옆구리 / 12. 붓는 것과 배가 볼록할 것 / 13. 적취 / 14. 팔 / 15. 허리와 등 / 16. 다리와 무릎 / 17. 여러 가지 풍
18. 전간 / 19. 궐역 / 20. 급사 / 21. 이질 / 22. 치질 / 23. 음산 / 24. 곽란 / 25. 학질 / 26. 허로 / 27. 결핵
28.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는 것 / 29. 황달 / 30. 창종 / 31. 나력 / 32. 고독 / 33. 잠 / 34. 내상으로 생긴 어혈 / 35. 소갈
36. 땀 / 37. 상한과 온역 / 38. 대소변 / 39. 몸 / 40. 구토 / 41. 부인병 / 42. 소아 / 43. 잡병 / 44. 침구택일
* 책소개(출판사) - 우리나라 침구전문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침구경험방』(1644년 초판 간행)은 조선 사람의 임상을 바탕으로 편찬하여 조선의학의 창출을 선도해 나가는데 분수령 같은 역할을 한 책이다. 하지만 일제시대 서양의학에 밀려 침구의원이 유사의료업자로 전락하고, 급기야 1962년 침구사 양성제도가 폐지되는 바람에 조선 침구의원의 역사가 단절되었다. 이에 허임기념사업회 첫 출판 사업으로 가능한 원문에 충실하여 침구 경험방을 번역하였다.
2. 손중양,《조선 침뜸이 으뜸이라》(허임기념사업회, 2010)
* 목차(320쪽)
책을 펴내며 / 허임의 생애와 침의들의 역사를 찾아서
제1장 명의의 탄생
태백산맥을 넘어 장악원으로 / 좌의정의 후손들 관노가 되어
아름다운 대금연주 “자네 오직 독보적이라네” / 예조판서의 여종과 사랑을 나누다
음악소리 들으며 명의가 탄생하다 / 노비는 노비를 낳던 시절
이중의 천민 허임, 노비신분 벗어나기 / 혈맥을 고동치게 하는 5음과 12율려
제2장 전란의 현장에서
의원 집에서 일하면서 의술에 눈을 뜨다 / 폄석에서 시작한 조선의술의 맥을 잇다
임진왜란 전장에서 광해군을 치료하며 / 고난의 생명 피고름을 닦다
충청도 공주와의 인연 / 난(亂) 주도한 침의와 왜적 방비책 상소하는 침의
의학교수 순회근무, 전쟁의 참상을 보다 / “침 맞는 일은 허 교수에게 물어보라”
의녀(醫女)도 마의(馬醫)도 침놓는 사람
제3장 침의(鍼醫)가 있었네
조선왕조실록에 침의(鍼醫)가 등장하다 / 박춘무와 허임 무단히 출타 중
“병을 속히 고치는 덴 침뜸이 으뜸” / 유성룡 “우매한 아낙네라도 침뜸하도록 할 터”
일세에 이름을 날리는 침의들 / 일본 사신행차에 침의(鍼醫) 동행하다
『소설 동의보감』엔 침의가 딱 한번 / 고위 관료에겐 약물(藥物)이 넘쳐
역사 속의 허준은 약으로 승부했다. / “소신 허준은 침놓는 법을 모릅니다”
“침혈 정하는 일에 어의는 간섭 말라” / 허준에게는 일침이구(一鍼二灸)가 없었다
고금방서 집대성한 『동의보감』간행을 보다
제4장 왕과 침
“궁핍하여 생활할 수 없는 처지다” / 임금이 불러도 나주에서 오지 않고
전국의 명침(名鍼)을 불러 모으다 / 임진왜란 위성공신 3등에 녹훈
“허임의 지각을 국문하라” / “관노ㆍ사비 자식에게 양주목사라니”
“공사장에도 추국장에도 침의를 배치하라” / “허임의 이름이 헛되지 않구나”
세 왕에게 침놓던 명의의 '귀농(歸農)' / ‘귀신 잡는 침술’ 번침 놓는 이형익
제5장 백성들 속으로
“허임의 의술이 더 뛰어나다” / 평범한 농촌마을, 뜸밭골에 정착하다
마을의 선비에게 침을 가르치다 / 평생의 임상경험 나라에서 출판하다
백성들 가운데서 나온 ‘신의 의술’ / 침과 뜸을 집집마다 생활의술로
조선 침구전문서의 효시, 침술을 선도하다 / 허임 의술 계승한 명침(名鍼)들
치종 대가 마의 백광현 내침의 되다 / 침은(鍼隱) 조광일, 오직 침술로 궁한 백성 치료
청나라 『침구집성』에 『침구경험방』이 그대로 / “조선 침술이 최고라 중국에까지 소문 자자”
통신사 따라서 한일 침구(鍼灸) 흘러 / 침도(鍼道) 되살릴 '한국 허군'의 『침구명감』
공을 기리는 부조묘(不祧廟)가 있었다
주(註)
부록 - 기록으로 본 허임의 생애 연표 / 침구경험방의 증상별 치료 항목
* 책소개(출판사)
허임의 생애와 조선 침의들의 활약상
침의란 침과 뜸으로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서양 의학이 현대인의 질병을 고치고 있지만 조선시대까지 침의들은 병마와 싸웠다. 특히 임진왜란 직후 침의들이 대대적으로 활약했다. 『조선 침뜸이 으뜸이라』는 조선의 침의로 활약한 허임의 생애를 다룸과 동시에 침의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따라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관노출신으로 태어나 명망있는 침의로 활동하기까지의 허임이 겪었던 일이 서술의 한 부분이라면 나머지 한 부분은 조선시대 침의들의 삶으로 서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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