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짧은 글/그냥, 둘곳없는 이야기들

일본 대지진과 지구에 대한 단상

최정 / 모모 2011. 3. 14. 17:49

                             

                      

 일본 대지진과 지구에 대한 단상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그 피해에 전 세계는 놀라움과 함께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본 대지진 보도를 보면서 그 동안 침뜸 강좌를 듣고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지구에 대한 여러 잡다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각종 보도에서는 겨우 100년 내외 동안의 지진 기록만을 가지고 얘기한다. 그러나 대략 47억 7천만년의 지구 역사 속에서는 단 1초에도 어마어마하게 못 미치는 시간일 뿐이다. 24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인류가 살아온 시간은 단 3초도 안 된다고 이미 현대 과학은 입증을 한 바 있다. 대륙이동설을 생각해 볼 때, 대륙이 그 정도로 이동을 하려면 인류 탄생 전부터 지구는 이번 지진을 능가하는 엄청난 흔들림과 폭발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또한 지금 인류가 살아가는 대륙이 과거에는 바다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언제든(수천 년, 수 만년?)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가라앉고 새로운 대륙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이런 자연의 변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살아남아 있는 것처럼.

 

 문제는 현대 문명이라는 것이 도시를 중심으로 고밀도로 집중되어 있고 지구의 인구도 늘다 보니 옛날 보다는 인명 피해 규모와 물질적 손해가 더 크다는 점일 것이다. 어디에선가 또 누군가는 살아남겠지만 현대의 인류는 당장 지금의 지진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구에 대해, 자연의 질서에 대해 다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아무리 높은 방파제를 쌓고 방어벽을 만들어도 지구가 숨 쉬고 토하고 배설하는 움직이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지구를 떠날 수는 없으니까.

 

 옛 사람들은 이미 이 지구와 호흡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그냥 순응하며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들은 문명에 찌든 우리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로웠다. 인류의 탄생 후 지금까지 엄청난 시간 동안 놀랍게도 인간의 두뇌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겨우 100년 동안 오늘날의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달까지 날아간다고 우리가 더 똑똑해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연을 객관화시켜 정복하려 드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행히 부정 받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 자체가 거대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연을 인류의 몸에서 분리해 왔던 근현대 인류의 지식 축적물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지금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같이 돌고 있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을 상상한다. 달이 지구에 바짝 붙어 돌고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형을 그리며 도는 이 별들은 질량, 속도, 온도가 제각각이다. 지구만의 독특한 조건이 우리 같은 생명체를 탄생시켰을 것이다. 지구는 주변의 수많은 별들과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의 질서 속에서 오늘도 운동하고 있다. 팽팽 돌아가고 있다. 다른 별들의 움직임과 변화는 우리가 이성으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지구의 움직임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은 침뜸 공부를 하면서 조금 짐작하게 된 동양의 고대 천문학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구에 달이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또한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돌고 있는 어느 특정 행성들이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하면서 지구의 온도, 습도, 압력이 변하고 이런 변화에 따라 계절도 오고 가고, 태풍도 해일도 오고 가고, 가뭄도 장마도 오고 가고, 지진과 화산 폭발도 오고 가고, 지구 생명체도 오고 가고, 우리 몸에 병도 오고 가고. 이것이 그냥 우주라면 우주인 것이고 氣라면 氣라는 생각을 어지럽게 해 본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단지 수치로만 검증된 것만을 진리인양 믿고 나머지 것들은 비과학으로 치부하며 민간 속설이니, 혹세무민이니 하면서 현대 천문학은 화성에 지구 생명체가 안착하는 날을 꿈꾸며 우주를 향하고 있다. 지구 판의 움직임과 지축의 경사를 수치로만 체크하며 자연 재해를 미리 방지할 수는 없다고 연일 일본 대지진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피해 집계를 수치화해서 정리해야 이 사건이 끝난다는 듯 매일 각종 집계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보도에는 철학이 빠져 있다.

 

 이 우주를, 지구를, 자연을,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 이미 수천 년 전에 지구에서 살다간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고 깨달은 것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물질과 바꾼 것은 아닐까?

 

그동안 침뜸 공부를 하면서 접한 동양의 음양오행사상이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주저리주저리 뒤죽박죽이나마 쓰고 나니 머리가 한결 개운해 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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