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홍시
최 정
잎 다 떨군 마른 몸뚱어리에
꽃 피운 건 당신뿐이군요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야윈 가지 끝마다
작고 야무진 수백 개의 꽃을 달았군요
겨우 한 해 농사를 마치고
빈 밭에 서니 당신만 환하게 빛납니다
저무는 순간이 다 쓸쓸한 건 아니라고
당신이 남긴 마지막 살점 같은
붉은 감 두 개를 주워 책장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나도 당신처럼
저무는 순간 환해질 수 있을까요
쓸쓸한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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