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홍시

최정 / 모모 2014. 11. 21. 12:58

산골 연가

- 홍시

 

 

최 정

 

 

 

잎 다 떨군 마른 몸뚱어리에

꽃 피운 건 당신뿐이군요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야윈 가지 끝마다

작고 야무진 수백 개의 꽃을 달았군요

 

겨우 한 해 농사를 마치고

빈 밭에 서니 당신만 환하게 빛납니다

 

저무는 순간이 다 쓸쓸한 건 아니라고

당신이 남긴 마지막 살점 같은

붉은 감 두 개를 주워 책장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나도 당신처럼

저무는 순간 환해질 수 있을까요

쓸쓸한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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