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연가
- 갑오년 겨울
최 정
꽁꽁 언 골짜기 단숨에 삼킬 듯
매서운 바람 몰려와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버렸습니다
숲속 마른 나무들이 일제히 휘어지며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 당깁니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었다
다시 무섭도록 깊은 잠이 쏟아집니다
육십갑자 두 바퀴 돌아 다시 갑오년
내 몸에는 그날의 처절한 피가 흐르기는 할까요
그저 슬프도록 아늑해서
이 겨울이 끝나지 않을 듯해서
바람이 사나워질 때마다 이불을 끌어당깁니다
원래 나가는 길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들어오는 길도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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