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연가 - 갑오년 겨울

최정 / 모모 2014. 12. 23. 11:58

산골연가

- 갑오년 겨울

 

최 정

 

 

 

꽁꽁 언 골짜기 단숨에 삼킬 듯

매서운 바람 몰려와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버렸습니다

 

숲속 마른 나무들이 일제히 휘어지며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 당깁니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었다

다시 무섭도록 깊은 잠이 쏟아집니다

 

육십갑자 두 바퀴 돌아 다시 갑오년

내 몸에는 그날의 처절한 피가 흐르기는 할까요

 

그저 슬프도록 아늑해서

이 겨울이 끝나지 않을 듯해서

바람이 사나워질 때마다 이불을 끌어당깁니다

 

원래 나가는 길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들어오는 길도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창작시 - 최정 > 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 연가 - 홍시  (0) 2014.11.21
산골 연가 - 수수께끼  (0) 2014.11.13
산골 연가 - 낙엽비  (0) 2014.11.13
산골 연가 - 반딧불  (0) 2014.10.29
산골 연가 - 양파 모종  (0) 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