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5-19년 시(대부분 비공개)

동인천에서

최정 / 모모 2015. 3. 11. 13:04

동인천에서

 

 



                  최 정

 

 

 


아빠가 되어 앞머리가 다 빠진 동기와

살이 좀 붙어 중년 티가 나는 선배와

연애를 포기한 후배와

줄지 않는 술잔을 들고 옛날처럼 앉아 있다.

 

세상은 감쪽같이 우리를 속였다.

 

도망치던 골목길을 쳐다본다.

최루가스 눈물콧물 범벅되어 뒷걸음만 쳤다.

무서웠다고 고백하지 못했다.

 

부러진 깃발을 들고

우리가 감쪽같이 세상을 속였다.

함부로 희망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각자 택시를 잡아타고 총총히 흩어진다.

새벽 별 하나, 겨우 갈지자로 따라온다.





<<리토피아>>, 201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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