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박후기 싱크대 옆 선반 위 물이 담긴 유리그릇 속에서 감자 한 알이 소 눈곱 같은 싹을 틔운다 똑똑한 아기 낳는 법,이라고 씌어진 두툼한 책장을 넘기다 말고 고추장 김치 돼지고기가 들끓는 찌개 곁에서 아내가 입덧을 한다 햇볕이 잠시 문밖에서 서성이다 돌아가..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1.01.25
박후기 '채송화' 채송화 박후기 1 무너진 집안의 막내인 나는 가난한 어머니가 소파수술비만 구했어도 이 세상에 없는 아이 구석진 울타리 밑에서 흙을 먹으며 놀아도 키가 자라지 않아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2 엄마는 동생을 또 지웠다 여전히 나는 막내다 3 회를 앓는 내 얼굴은 자주 시들었다 태양을 벗어나기 ..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17
박후기 '묵' 묵 박후기 주점 홍등 아래 앉아 묵을 먹는다 청춘을 잃고 뒤늦게 연약을 매만지는 법을 배운다 잡힐 듯 말 듯 의심 많던 손아귀에서 끝내 부서져버린 첫사랑을 생각한다 움켜진다고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으므로, 탕진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오늘이 아니었으므로 돌아갈 여자도 도망칠 내일도 없..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