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13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시 산 속 절에서 이달(李達) 산이 흰 구름 속에 있어 흰 구름을 중은 쓸지 않네. 나그네가 왔기에 비로소 문 열고 보니 골짜기마다 솔꽃 가루만 흩날리네. 도천사에서 잠자며 이달(李達) 범종이 울자 스님은 절간으로 돌아오고 나그네는 찻상에 자리를 잡네. 비인 산엔 밝�� 달이 가득 비추고 깊은 밤이..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10
이홍섭 '섬' 섬 이홍섭 바다가 기르는 상처 만약 저 드넓은 바다에 섬이 없다면 다른 그 무엇이 있어 이 세상과 내통할 수 있을까 이홍섭의 <강릉, 프라하, 함흥>(문학동네, 1998) 중에서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9
권선희 '북어의 노래' 북어의 노래 권선희 낯선 동지와 서로 입을 꿰고 한 줄에 걸렸다 내장은 모두 발라내고 영롱한 의식은 바다에 남겨두고 헛것인 몸뚱이만 펄럭인다 동해 비릿한 바람이 불어오면 올수록 나는 나를 잃어야 한다 꾸득꾸득 말려드는 안타까운 삶 우두커니 밤바닷가에서 눈알도 없는 내가 안주로 국거리로..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9
기형도 '진눈깨비' 진눈깨비 기형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8
신경림 '눈' 눈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 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8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7
이원 '2050년/시인 목록' 2050년/시인 목록 이원 사이보그 001: 서정시를 옹호하는 캐릭터. 권력 실세. 전속 로봇이 베스트셀러용 시의 최종 점검을 늘 맡아주고 있다 사이보그 002: 다장르 겸업을 하고 있어 일명 전투용 사이보그로 불린다. 뇌 개조 수술을 받은 최고의 전자 두뇌. 다혈질이나 예술적 안목이 탁월하다. 평소에는 ..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6
브레이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이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브레이트 시집, ..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6
아프리카 민요시 배 고프거든 배 고프거든 호미질을 해야지 의사가 아는 유일한 처방이라지 부자와 가난뱅이 나는 부자이지만 언제인가는 죽게 될 거고 너는 가난뱅이이지만 언제인가는 죽게 될 거고 레오나드w. 두브 엮음, <아프리카 민요시집>(실천문학사, 1982) 중에서 # 시 읽기/좋은시 읽기 201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