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서
최 정
어둠이 강을 밀어간다
금강 줄기 따라가다
고란사皐蘭寺에서
보살님이 주시는 인절미 고마워
향을 피워 올린다
낙화암에 올라서서
내 삼천 궁녀는 아니더라도
저 푸른 강물 속에
욕망의 알갱이들 내던질 수 있을까
했는데,
고란사 마당에 앉아 보니
어둠이 강을 밀어간다
백마강 힘껏 밀어간다
가로등도 없는 산성을 내려오다
무슨 깨달음처럼
두들기는 여름 소나기
마음 비우진 못해도
부여처럼만 은은해라, 은은해라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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