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용현동 시절 시(1997-99)

부여에서

최정 / 모모 2010. 12. 5. 12:05

 

부여에서


 


                     최 정


 


 


어둠이 강을 밀어간다


 

금강 줄기 따라가다


고란사皐蘭寺에서


보살님이 주시는 인절미 고마워


향을 피워 올린다


낙화암에 올라서서


내 삼천 궁녀는 아니더라도


저 푸른 강물 속에


욕망의 알갱이들 내던질 수 있을까


했는데,


고란사 마당에 앉아 보니


어둠이 강을 밀어간다


백마강 힘껏 밀어간다


가로등도 없는 산성을 내려오다


무슨 깨달음처럼


두들기는 여름 소나기


마음 비우진 못해도


부여처럼만 은은해라, 은은해라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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