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용현동 시절 시(1997-99)

눈송이, 이놈

최정 / 모모 2010. 12. 5. 12:03

 

눈송이, 이놈


 



                         최 정


 


 


쏟아진다,


겨울보다 감기가 먼저 오고


설사하듯 눈이 쏟아진다

 

미처 벗지 못한 허물은 불편하다


방바닥에 달라붙어


몸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눈송이들 창에 와 부딪혀


녹아내린다


저 눈송이처럼


살비듬 한 꺼풀씩 벗듯


방바닥만한 그리움


맑게 녹아 비워진다면

 

다행히 눈은 자꾸 쏟아지고


나는 아직 그런 대로 무사하다


이놈, 몸에 와 달라붙는 눈송이 이놈!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 창작시 - 최정 > 용현동 시절 시(1997-9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결  (0) 2010.12.05
집중호우  (0) 2010.12.05
땅끝에서  (0) 2010.12.05
을왕리  (0) 2010.12.05
부여에서  (0) 201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