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이놈
최 정
쏟아진다,
겨울보다 감기가 먼저 오고
설사하듯 눈이 쏟아진다
미처 벗지 못한 허물은 불편하다
방바닥에 달라붙어
몸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눈송이들 창에 와 부딪혀
녹아내린다
저 눈송이처럼
살비듬 한 꺼풀씩 벗듯
방바닥만한 그리움
맑게 녹아 비워진다면
다행히 눈은 자꾸 쏟아지고
나는 아직 그런 대로 무사하다
이놈, 몸에 와 달라붙는 눈송이 이놈!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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