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대가리
최 정
컴컴한 부뚜막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막내야, 시루에 물 준겨?
골방 가득 노랗게 올라오는 콩나물 대가리
물만 먹고 올라오는 게 신기해
한참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볕 보면 안 되는 거여
어느새 시루에 덮어지는 보자기
부엌에선 매캐한 연기가 꼬리를 잇고
살금살금 골방에 들어가 보자기 걷어놓으면
잔솔가지 툭툭 부러뜨리는 엄마의 컴컴한 등이
시루를 비집고 올라와
콩나물 대가리처럼 환해지는 것이었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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