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용현동 시절 시(1997-99)

콩나물 대가리

최정 / 모모 2010. 12. 5. 12:25

 

콩나물 대가리


 


 


                                최 정


 


 


 


 


컴컴한 부뚜막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막내야, 시루에 물 준겨?


골방 가득 노랗게 올라오는 콩나물 대가리


물만 먹고 올라오는 게 신기해


한참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볕 보면 안 되는 거여


어느새 시루에 덮어지는 보자기


부엌에선 매캐한 연기가 꼬리를 잇고


살금살금 골방에 들어가 보자기 걷어놓으면


잔솔가지 툭툭 부러뜨리는 엄마의 컴컴한 등이


시루를 비집고 올라와


콩나물 대가리처럼 환해지는 것이었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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