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학번
최 정
갈수록 가난해지는 부모님 안부 확인하고
시시콜콜한 연애 얘기, 결혼 소식 왁자했지만
서로 전망을 묻지 않았어
선배들 후일담 듣고 대학 다닌 우리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아니야, 잔치 같은 건 없었다고
등 돌리며 싸우기도 했었지
솔직해지자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살면 어떠냐고
큰소리 치고 싶었지만
낡은 이층 주점처럼 무너질 것 같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
예전처럼 취하지도 싸우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길
빨간 십자가에 걸린 조각달 눈 부릅뜨고 있네
*최영미의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중에서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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