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용현동 시절 시(1997-99)

92학번

최정 / 모모 2010. 12. 5. 12:43

 

92학번


 


                                최 정


 


 


 


갈수록 가난해지는 부모님 안부 확인하고


시시콜콜한 연애 얘기, 결혼 소식 왁자했지만


서로 전망을 묻지 않았어


선배들 후일담 듣고 대학 다닌 우리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아니야, 잔치 같은 건 없었다고


등 돌리며 싸우기도 했었지


솔직해지자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살면 어떠냐고


큰소리 치고 싶었지만


낡은 이층 주점처럼 무너질 것 같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


 

예전처럼 취하지도 싸우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길


빨간 십자가에 걸린 조각달 눈 부릅뜨고 있네


 


 


 


 


*최영미의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중에서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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