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용현동 시절 시(1997-99)

혀

최정 / 모모 2010. 12. 5. 12:38

 


 


                               최 정


 


 


 


 그녀는 몇 달간 한 마디도 안하고 지냈다고 한다 말하는 법을 잊을까봐 난생 처음 써 봤다며 시 한 편 내미는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갑자기 사막에 선 것처럼 갈증이 몰려온다 연거푸 술을 들이켜고 마구 지껄인다 이 시는 너의 외로움이야 너의 비명일 뿐이라구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다 마른 우물 같은 그녀의 눈동자 앞에서 내가 지껄인 말들은 벚꽃처럼 가볍게 흩어진다 그녀에게 질투가 끓어오른다 그녀는 끝내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녹슨 두레박 같은 혀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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