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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1코스 : 주천 - 운봉 구간의 봄

최정 / 모모 2010. 12. 10. 13:36

지리산 둘레길 1코스 : 주천 - 운봉 구간.  총 14.7km, 5시간 정도 소요

전북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주천치안센터 출발 → 개미정지 → 구룡치 → 느티나무 쉼터 → 노치마을 → 가장마을 → 행정마을 행정나무숲→ 운봉 농협 사거리

 

지리산 자락에 살던 사람들의 옛길을 복원하여 '둘레길' 코스를 만들었다는데, 1코스는 주천치안센터에서 출발한다.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서 길을 잃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지리산 둘레길 & 언저리길 여행>(황금시간, 2009) 를 배낭에 넣고 길동무들과 출발했다.

 

출발선에 서니 설레인다. 벌써 공기가 다르다. 근처에 있는 남원호텔 식당에서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힘차게 출발한다.

 

30여 분 정도 들길을 걷다가 '개미정지'에 이르렀다. 몸이 좀 풀린다. 본격적으로 산의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소나무 숲길의 시작이다.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가파르게 오른다. 소나무향이 코끝을 계속 따라와 상쾌하다.

 

 주천면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곧바로 등산길에 접어드는 느낌이다. 숨이 차게 산길을 걸어도 폐가 확 뚫리는 느낌이 든다.

땀이 난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걸고 걸어야 했다. 산 속이라 바람도 없다.

 

가파르게 '구룡치' 고개에 이르니, 평지보다 늦은 벚꽃과 진달래가 반갑게 피어 있다. '구룡치'에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깊은 산중에 있다는 느낌이 절로 난다. 새소리, 발자국 소리, 멀리 바람 소리..., 저절로 웃음이 인다.

 

'사무락다무락'에 선다. 나그네들이 쌓은 돌무더기의 이름이다. 어떤 일을 바란다는 뜻의 사망(事望)과 다무락(담벼락의 사투리)이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나도 돌멩이 하나를 올리며 무사한 도보길을 기원했다. 돌무더기가 점점 높아진다.

한쪽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가 크고 잘 생겼다. 너도 나도 기념 독사진을 찍었다.

 

                

        곳곳에 있는 친절한 이정표들

 

숲길에서 나오면 마을을 만난다. '회덕마을'과 '노치마을'을 지난다. 나그네들이 많이 지나 다녀서 번거로울 텐데 길을 내준 어른들께 감사하다.

화장실을 찾아 골목을 헤매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운봉 고원은 해발이 500-600미터에 가까운 곳이라, 제법 바람이 차다. 물을 댄 논둑을 걷는 길이 평화롭기만 하다.

 

논길을 걷다가 덕산 저수지를 만났다. 지리산 봉우리들이 계속 보인다. 능선의 흰 눈이 봄은 멀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논길이 끝나면 다시 '행정 마을' 숲을 만난다. 중간에 무인 쉼터가 있어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돈을 놓고 또 길을 나섰다.

아주 맛있고 따뜻한 커피였다. 멀리 와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지리산 능선에는 흰 눈이, 길가에는 벚꽃이 피어 있다. 벚꽃이 추워 보인다.

 

         

람천 주변의 둑길을 걷고 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모두 새롭다. 

 

길가에는 할미꽃이 피어있다.

 

민들레꽃이 한창이다. 낮은 곳에서 꽃을 피운 민들레를 볼 때마다 겸허해진다.

근처에 '자생식물관찰원'이 있어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아직 잎이 나오지 않은 계절이라 아쉬었다.

이 곳을 돌아나가면 1코스가 끝나는 운봉읍이다. 무려 5시간을 쉼없이 잘 걸어왔다.

 

운봉읍에서 점심밥을 먹었다. 5시간을 걸었더니 다리가 노곤해진다. 그러나 가뿐하다. 지리산 아래에 서 있는 것이다!

이곳에 한번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훌쩍 떠나지 못했던 것은 일상탓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