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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2코스 : 운봉 - 인월 구간의 봄

최정 / 모모 2010. 12. 10. 15:47

★ 지리산 둘레길 2코스 : 운봉 - 인월 구간. 총 10.5km, 3시간-4시간 소요

전북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 운봉 농협 사거리 출발 → 서림 공원 → 신기교 → 사반교 → 비전마을 → 황산교 → 흥부골 휴양림 → 월평마을 → 인월리 →  구인월교

 

지리산 둘레길의 2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짧고 평탄한 것이 특징이다.

람천의 둑길을 아주 오래 걷게 된다. 둑길 옆의 나무들이 그렇게 크지 않아 뜨거운 여름에는 걷기에 매우 더울 것 같다.

가족끼리 산책하듯이 걷기에 좋을 것이다. 1코스를 오전에, 2코스를 오후에 이어서 걸었기 때문에 다소 지친 탓에 길게 느껴졌다. 

 

 람천 둑길, 고원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수다를 떨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평탄한 길이 심심하게 이어지니 문득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곳에 와서 걷고 있다고 벗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둑길 옆의 보리밭이 시리게 푸르다. 풍덩 빠지고 싶은 푸르름이다.

 

람천 둑에서 염소 가족을 만났다. 우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평화롭게 풀만 뜯는다.

 

람천의 외로운 새 한마리, 길게 목을 빼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서림 공원'에서 둑길을 한참 걷다 보면 '비전 마을'에 도착한다. 이성계의 황산대첩비를 그냥 지나쳐서 송홍록과 박초월의 생가에 갔다.

판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생가 뒷편의 장독대와 작은 대숲이 마음을 끌었다. 판소리는 계속 흘러 나오고, 얼쑤!

 

               

       둑길이 끝나면 이정표를 잘 보고 조심해서 큰 도로를 잘 건너가야 한다. 대덕리조트를 지나서 곧 커다란 저수지가 보인다.

아주 높은 제방이 쌓인 커다란 저수지를 만났다. 엄청난 높이로 수많은 돌들을 쌓아 만든 저수지이다.

저수지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2코스에서는 처음 만나는 오르막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덕두산 길을 지나고 있다. 멀리 도착할 마을이 보여서 반가웠다.

이 길을 지나니 '흥부골자연휴양림'이었다. 이곳에도 민박집이 있었다.

 

이정표에게 누군가 장갑을  선물해 주고 갔나 보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수다를 떨다가 다시 숲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를 그냥 지나친 탓에 엉뚱한 길을 가다 다시 돌아왔다.

원래 코스 대로 숲길로 들어 서서 월평마을에 도착했다. 

 

                

        마을로 내려서는 길에서 보라색꽃이 먼저 반겨준다.

 

'월평마을'에 도착하니 이국적인 나무들이 맞이한다. 이 마을은 팜스테이가 가능한 농촌테마 마을이라 민박이 매우 많다.

 

월평마을은 '달오름 마을'이라고도 한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재미있다. 

 

               

       다시 람천이 보이고 '인월 읍내'가 코 앞이다. 2코스의 완성! 구인월교에 이르니, 내일 걸어야 할 3코스 이정표의 출발선이 보인다.

 

같이 간 친구의 다리이다.-_-;; 이 친구는 1코스 가파른 산길에서 이미 다리를 삐끗했다. 그래도 흥겹게 1, 2코스를 이어서 9시간을 걸어 왔다.

침뜸을 오래 배운 길동무 샘이 침을 꽂아준 솜씨이다. 저녁을 먹고 나니 내 다리도 거의 움직이기 힘들 지경이었다.

하루에 1, 2코스를 다 걸었으니 무식한(?) 일정이었다. 나도 내 다리에 침을 꽂았다, 내일 또 걸어야 하니까.

 

침뜸을 배우고 나서는 항상 침과 따기침을 가지고 다닌다. 근육통을 푸는데 침처럼 빠르고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니 평소에 엄두가 나지 않던 길을 나섰던 것이기도 했다. 길동무들과 나는 다음날 거뜬하게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침이 없었다면 무식하게 1-5코스의 70여 킬로미터를 다 걷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