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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5코스 : 동강 - 수철 구간의 봄

최정 / 모모 2010. 12. 12. 15:56

★ 지리산 둘레길 5코스 : 동강 - 수철 구간. 총 11.9km, 4시간 - 5시간 소요

   동강마을 → 함양․산청 사건 추모공원 → 상사계곡, 폭포 → 왕산 쌍재 → 고동재 → 수철마을!

 

 4코스는 짧지만 왕산의 고개를 넘어가는 매력적인 길이다. 계곡 옆을 걷고 폭포를 보고 산의 능선에 서보는 맛을 다 가질 수 있다.

 이틀 연속 하루에 9시간씩을 걷고 난 뒤였지만 이날은 바람도 잦아들고 제일 따뜻한 봄날이었다.

 이제 5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걸을 수 있다.

 

                  

                  '동강 마을'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동강의 고고한 새 한 마리

 

                   

                          동강을 바라보며 걷는다.                                                        산자락 아래 밭을 매는 할머니

 

                

                          아스팔트를 만나면 잠시 지친다.                                       꽃들 덕분에 잠시 피로가 풀린다.

 

                 

  아스팔트가 끝나면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소탕이라는 구실로 무고하게 학살당한 양민들의 넋을 기리는 '산청.함양사건 추모 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방곡 마을' 이정표를 지나 오봉천을 건넌다. 이 개울을 건너면 왕산으로 접어드는 좁은 길로 접어든다.

 

                

            왕산에 들어서면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물이 맑아서 잠시 쉬어가기에 환상적인 곳이다.

 

               

                           '상사폭포'                                                                      폭포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상사폭포는 높이가 20여미터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안내판의 슬픈 전설을 읽으면 폭포를 다시 보게 된다.

            폭포 아래에 펼쳐진 널찍한 바위에는 폭포의 물소리에 취해 쉬어가는 나그네들이 많다.   

 

              

                                          폭포를 지나면 물소리가 잦아들고 고요해지면서 숲길로 들어간다. 

 

              

        '쌍재'사거리를 지나 '고동재'로 가는 숲길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다. 초록빛 물에 풍덩 빠진 기분을 느낀다.

 

              

                   숲길에서 가파르게 더 올라가면 능선에 선다. 아, 지리산 자락의 마을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 지리산의 눈쌓인 천왕봉이 보인다. 우리가 도착할 수철 마을도 내려다 보인다.

 

              

              '고동재'로 가는 산길에서 만난 원추리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절뚝거리며 내려오는 모습                                                산비탈에는 밤나무밭이 연이어 무척 많았다.

 

       산길이 끝나고 '고동재' 이정표를 보니 '수철 마을'까지 3.5킬로가 남았다.

       비포장 1킬로는 흙길이라 좋았는데, 나머지 2.5킬로는 시멘트로 어찌나 경사지고 매끄러운 포장길인지 발바닥이 아팠다.

       지리산 둘레길은 대부분 들길, 흙길, 산길이라 좋았는데 이 마지막 포장길은 딱딱해서 힘들었다.

       도시에 살면 한 달에 한 번도 흙길을 밟을 일이 없으니 몸이 병들 수밖에 없다. 흙을 떠나고 흙을 지배한 죄. 

 

    

                 길가를 지나가는 뱀                                              배꽃                                                     조팝꽃(?)

 

              

       길가에 핀 꽃들을 보며 드디어 '수철 마을'에 도착했다.                3박 4일 간의 도보를 마치고 저절로 "오, 주여!"를 외치던 친구

 

        '수철 마을'에 도착하니 대장정을 마친 기분이 든다. 지리산 둘레길 1-5코스까지를 연달아 걸었다.

        4코스를 잘라 먹었서 하루 일정을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총 60여 킬로미터를 걸었다.

        남원에 도착한 첫날 오후 비바람이 몰아쳐서, 비가 잦아든 후에 숙소 근처에 있는 춘향묘, 육모정, 용소 등을 보며

        탐방로로 잘 가꾸어진 숲길을 4킬로 이상 걷고 시작한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비교적 세세하게 계획을 짜서 출발하긴 했지만 끝까지 다 걸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날씨의 도움도 있어야 했고 몸의 상태도 걸어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날에 이미 다리가 삐끗한 친구는 밤마다 침을 맞으며 일정을 소화했다.

 

       '수철 마을'에서 산청 터미널로 나오는 군내버스는 10:35, 15:45 딱 두 대이다.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막판에 무리하긴 했다.

        셋이서 동행을 했는데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많은 추억들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1, 3, 5코스가 좋았고 특히 3코스는 꼭 다시 가고 싶다.

 

        이제는 널리 알려져 주말에는 걷는 사람이 무척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길에서 만나는 풀들, 꽃들, 동물들, 마을 사람들을 배려하며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걸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자연이 몸살을 앓게 마련이다.

        점정 많은 도보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좀더 자연을 배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