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안현미 '내 책상 위의 2009'

최정 / 모모 2010. 12. 21. 12:46

 

내 책상 위의 2009

 

 

                                                             안현미

 

 

 

 그림과 음악과 호찌민 평전이 있다 먼지가 두껍게 앉은 스탠드도 있다. 까망도 있다 의무감도 있다 최선을 다해보려 낑낑대는 나도 있다 없는 것들까지 있다 밤도 있다 거울도 있다 아킬레스건도 있다 꿈도 있다 21세기가 있다 100명의 소녀들에게 아침을 나눠주는 당신이 있다 영원이 있다 희미한 희망이 있다 까망을 사랑하는 빨강이 있다 파랑과 합체하는 빨강도 있다 무채색과 어울리는 바람도 있다 색깔론이 있다 분단과 녹슬어가는 자본주의가 있다 바겐쎄일이 있다 후일담도 있다 MB노믹스도 있고 MB악법도 있다 30년과 10년 종류별 '잃어버린'도 있다 그림과 음악과 호찌민 평전이 있다 먼지가 두껍게 앉은 스탠드도 있다 뉴타운천국 실업자천국 씨네마천국 김밥천국 호기심천국 천국도 종류별로 있다 그때 그시절! 복고열풍도 있다 냉전도 반민주도 복고 복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던, 엄마만 없다

 

 

 

 

안현미, <이별의 재구성>(창비,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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