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의학(침뜸)/침뜸 이야기

현대사회와 침뜸

최정 / 모모 2010. 12. 30. 15:35

노인환자들은 대개 2~3가지의 질병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만성퇴행성질환으로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을 비롯한 심혈관계의 질환, 뇌졸중을 위시한 뇌혈관계 질환 등의 대사장애성질환 및 퇴행성 골관절증 등 만성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노화과정인 생리적 현상에 기인한다. 이들 노인성 질환에는 침뜸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침뜸의학적으로 볼 때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 많다. 침과 뜸은 기혈의 통로인 경락과 경혈을 자극하여 몸 전체의 기혈 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균형을 회복하여 주는 의술이다. 자연회복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수술이나 약제의 사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약이나 수술 방법을 쓰지 않고 몸의 기운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침뜸의학은 노인들에게 더 없이 훌륭한 자연치유 의술이다.
노인들의 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이다. 옛 고전에서도 오래된 병에는 뜸이 제일이라고 했다. 만성질환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당뇨병과 각종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치매예방에도 높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침뜸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급증하는 노인들의 질환으로 뼈마디(주로 허리, 무릎, 어깨 등) 부위의 질환이 많다. 이 경우에도 침뜸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 한다. 특히 노인들은 여러 가지 통증을 호소한다. 이 경우에도 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같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진통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침뜸이다. 한약에 비해서도 훨씬 간편하고,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특히 뜸은 가정 민간요법으로도 널리 활용할 수 있어 의료재정난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조사,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의 침구활용으로 △ 신체적 고통의 개선을 통한 일상적 신체활동의 개선 △ 하지지지력과 자세의 개선(안정성 향상) △ 피로, 수면, 식욕의 개선 △ 기분의 개선(정서적 안정) △ 배뇨ㆍ배변의 개선 △ 뇌기능의 개선(지력감퇴의 개선) △ 일시, 요일 등에 대한 관심(생활리듬 유지) 등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산업현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일반적으로 같은 동작의 반복으로 인해서 발생한다. 노동과정은 신체의 일정한 근육과 골격을 반복해서 움직이는 과정이고, 그로 인한 근골격계의 통증은 산업현장 어디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각종 제품의 생산현장 근로자들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무노동자, 각종 서비스업 종사자들까지도 근골격계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증상에 우리의 전통민간요법인 침과 뜸은 대단히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기혈을 소통시켜 무리가 생긴 근육과 골격을 풀어주기 때문에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 줄 수 있다. 비용이 건의 들지 않으면서도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침과 뜸은 산업현장에서도 훌륭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아니 8·15 해방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불알처럼 큰 주머니를 허리띠 앞쪽에 매달아 그 주머니 속에 여러 가지 침들을 넣어 두고, 왕진을 요청하면 밤낮 없이 산과 강, 논두렁, 밭두렁 가리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의원의 해야 할 일로 생각하였다. 이들 의원은 침쟁이라고 불리는 농민의 건강지킴이였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이들 의원에게 보리 추수 때 보리, 벼 추수 때 벼를 형편이 닿는 대로 모아서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그런 형편도 안 되는 사람은 그 집일을 도와주어 품으로 보답을 했다. 우리 농촌에서 있었던 전통적인 의료보장제도였다.이렇듯 침뜸은 원래 농민의술이다. 침구사는 이동병원이요 종합치료기관이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고, 한줌의 침과 뜸쑥만 있으면 어디서든 치료가 가능하다. 별다른 장비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고 저비용 고효율인 침뜸은 농민들에게 딱 알맞은 의술이다.
현재 우리 농촌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21%로 도시보다 4배나 많다. 이미 농촌은 초 고령사회이다.
농촌에서는 특히 만성질환과 농부증이 우선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부증으로 어지럽거나 몸이 붓고, 피로하고 숨이 가쁘기도 하고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경우에도 침뜸이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침뜸을 농민들의 생활 가까이에 둘 수 있도록 하면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는 물론 시설하우스 등 특수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함으로써 발생하는 농부증 등을 예방·치료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농민들은 들판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응급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치료 장비가 간편한 침뜸은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탁월하다. 옛날부터 일침이뜸삼약 또는 일뜸이침삼약이라고 하여 우선 환자가 있으면 침이나 뜸으로 치료를 하고 나중에 약으로 치료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농민들에게 침뜸이 필수적이다. 농사일 과정에서 생기기 쉬운 허리와 팔다리 관절부위의 질환에 침뜸의 효능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수술을 않고 치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발을 삐었거나 허리를 다쳤거나 타박을 당했을 때 침은 곧바로 효과를 낸다. 벌에 쐬거나 지네에 물렸다거나 어떤 독사에 물렸을 때는 물린 자리에 즉시 뜸을 뜨면 해독효과가 탁월하다. 중풍으로 스러졌을 때도 침뜸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하면 위기를 넘긴다. 농약에 중독되어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도 우선 응급으로 침뜸치료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면 생명과 건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만성화된 농약중독에도 뜸으로 해독을 시킬 수 있다. 농민들에게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과도한 노동으로 생기는 신체적인 피로가 쌓이기 쉽다. 이를 해소하는데도 뜸은 큰 몫을 한다.
특히 뜸은 뜸자리만 잡으면 집에서도 할 수 있으므로 상술의 측면에서 보면 돈이 거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천시하여 제도권의료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의술이다. 그러나 뜸은 탁월한 서민의술이다. 이에 따라 농촌에서 뜸요법의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침뜸을 살려 질병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이나 농민들 등 실질적으로 침뜸술을 필요로 하는 계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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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침뜸의 발전을 위해서 해야 할 조치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우선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은 민간 침구인들을 검증하여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동시에, 침뜸을 전문으로 시술하는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하는 일이다.
침뜸 수요가 폭증하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2~3년 정도의 전문대학 과정에서 침구사들을 대거 양성하는 일은 21세기 고령사회 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의사 쪽에서는 6년을 공부하는 한의사들이 있기 때문에 따로 침구 시술자를 둘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의대 교육기간 6년이 전부 침구교육이 아니다. 침구학 관련 교육 시간은 한의사 쪽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1천4백 시간 내외이다. 2~3년제 전문대에서 배우는 시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침구대학과 한국의 한의대 교과 과정을 비교하면 2~3년 정도의 교육만으로도 양질의 침구사를 양성해 낼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은 많이 들어도 침구술에는 서투른 인력을 양성해 내느냐, 최저 비용 및 최단 시간을 투자하여 침뜸술에 능한 인력을 배출해 내느냐 하는 결정만이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침구사 제도 대신에 한의사 전문의 제도로 침구전문한의사를 최근부터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쳐 침구전문한의사가 되는 수는 연간 기껏해야 몇 십 명 수준. 그 정도의 의료귀족으로는 국민의 침뜸치료욕구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없다.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비용은 환자와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침구와 한약을 함께 활용하게 하는 한, 노력에 대비한 수입의 규모에 있어 침뜸이 한약에 밀릴 수밖에 없어 제도권 내에서 침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주의 상업 의료에서 침구전문한의사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한약에서 수입을 올리고 침구는 보조수단으로 할 수밖에 없는 한의사일 뿐 올바른 침구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당나라 때부터 침구분야는 약 처방 분야와 구분하여 전문화시켜 운용해왔다. 침구의학은 침뜸만으로 몸 전체의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체계를 갖춘 독립적인 의술로 본 것이다.
천 년이 넘게 이어져 내려온 전문침구의 제도는배워서 남 주는 뜸사랑 봉사활동. 침뜸은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침구술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와 배려는 오늘날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침뜸은 백성들 생활 속에서 발전해 온 전통 민간 의술이다. 민간 의술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면 우선 민간 침구인 검정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검증된 민간 침구인은 제도권 침구 교육 과정에서 임상을 전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 정통 침뜸의 맥을 잇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이 중의학을 세계화시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60년대부터 시작한 재야 의료인들을 발굴하여 제도권 내로 흡수, 이들의 의술을 검증하고 체계화하여 발전시킨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의술로 침뜸을 요긴하게 쓰게 된 것은 50년대부터 민간 침구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활동하도록 해 온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의 의료 수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할 방법으로 침구를 채택할 수 있는 것도 20세기 초반부터 민간 침구인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꾸준히 발굴하여 활동하도록 만든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사)허임기념사업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http://www.heo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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