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의학(침뜸)/침뜸 이야기

침에 대한 공포 - 구당 침뜸 이야기5

최정 / 모모 2011. 3. 7. 15:06

  침에 대한 공포
  침을 한 번도 맞아 보지 않은 사람은 청결과 안전에 대하여 크게 불안해한다. 최근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에이즈, B형 간염 같은 전염병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용하는 침에 대하여 청결 문제를 말한다. 술자(術者)인 이 사람도 동감이다. 그래서 일회용을 사용하고, 오래 여러 번 치료할 환자는 개인의 침통을 따로 만들어 놓고 사용한다.
  WHO에서 발표한 소독법에 의하면 에이즈는  70% 알코올이나 70°의 열에서  살균이 된다고 하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B형 간염의 소독의 경우에는 100°로 끓인 물에서도 살균되지 않고 물은 100°이상 끓일 수도 없으므로 270°의 고압 소독기를 사용한다


  왕진시에 일회용을 쓸 때에는 불안하기도 하나 침이란 주사 바늘과 달리  구멍이 없는 것이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멸균이 되리라 생각된다B형 간염이나 에이즈와 같은 전염병을 알기  전에는 침의 소독에 대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과거에 시술하였던 것을 돌이켜 볼 때 침에서 전염된 병은 없었던 것이다.
  어떠한 과학자는 침의 자극은 소염과  염증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데  피부의 일부가 상하게 되면 이종 단백체라는 것이 생겨 항원 항체 반응에 대해서 항체가 만들어져 저항력이 많아짐과 동시에 백혈구가 그 부분에 결집하므로 가벼운 세균 감염이  되더라도 즉시 멸균된다고 한다우리 인체와 침 자체에서 살균시키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과제가 과학적으로 해결되고 세계적 차원에서 소독 문제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나왔으면 한다


  또 한가지 안전에 두려움이 있다면 침이 부러질까하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현대의 침의 재질에는 옷을 짓는 바늘과 달리 튼튼하고 탄력성이 있는 여러 가지 합금된 유연하고 질 좋은 스텐레스가 사용되므로 부러질 염려는  없다. 또 치료하는 기술도 진보되었으므로 절침(絶鍼)의 염려는 없다.       

                   

  "침구 치료 후 물을 만지면 안된다" 
환자로부터 치료 후에 금기 사항으로 물을 만지면 안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것은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예로부터 침 맞고나서는  물을 만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전하여 내려오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알아내기로 하고 물을 만져도 아무런 탈이 없으니 안심하고 물을 만지라고 말하여 주었다.  그것은 병 때문에 찬물을 만지면 안 되기도 하나 침구멍으로 물이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만져도 탈이 없으며 물이 들어갈 정도라면 계속하여 피나 무엇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침구멍이 회복되는 시간은 현대 과학적으로 볼 때 5분이면 된다고 하니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면 완전 회복되리라고 생각되어 물을 만져도 탈이 없으리라고 여겼던 바 수십년 동안 물만지는 것은 괜찮다고 말을 하고 탈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옛말이 있었던 이유는  옛날 우리 나라의 며느리들은 병이 나도 눕지 못하고 쓰러질 때까지 너무도 혹사를 당하고 살아 술자들이 그 며느리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쉬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사정을 알아 주지 않는 시어머니에게 물을 만지면 큰일 난다고 한 술자들의  지혜로운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자는 물을 만지지 못하게 되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되므로 치료 기간동안 쉬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을 만져 탈이 난 것은 아닌데 술자의 말을  믿고 물을 만지지 않은 것이 전하여 내려와서 지금도 그런 말을  믿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쓰고 있는 침과는 다른 대침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였던 것도 과학적이며  지혜로우나 지금은 호침을 사용하므로 물을 만져도 탈이 없다.

 

  "침 치료 후 식보(食補)를 하여야 한다"

  침구 치료를 한 다음에는 힘이 빠짐으로 반드시 식보를 하여야 한다는 데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리하여 치료 후에는 참으로 힘이 빠질까라는 생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알 수가 없어 필자  자신 평상시와 어떠한 이상이 있을 때도  체험을 하여 보았다. 뜸은 평생을 두고 매일  빠짐 없이 하고 있으며 침은  어떠한 이상이 있을 때도 하고 없을 때도 하였는데 치료량에 있어서도  별로 힘이 빠진다고 할 수는  없고 치료를 한 그 즉시는 그 이상 편안할 수  없으며 좀 누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을 말하여 힘이 빠진다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그대로 활동하면 아무런 이상을 모르게 되고 만다.
  필자의 몸으로서는 힘이 빠지는 것을 알 수가 없어서 환자들을 주시하여  참으로 힘이 빠지는가 하고 시술하여 보았으나 오히려 병이 나으면 힘이 빠지는 것보다 힘이 나고 생기 왕성하여지는 것을 보았다. 어떠한 8순 할머니는  증손을 봐주다가 힘이 빠지면 침뜸을 하여야 힘이 난다고 하며  가끔 시술을 받고 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힘이 생기는 것은 병으로 힘이 없어지는 것을  없앴기 때문일 것이다.

 

 침과  뜸에는 명현(瞑眩)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사람과 병에 따라서 빨리 하루 만에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일 또는 57일 만에 나타날 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침뜸의 반응으로 변환기에 나타나는 하나의 효과 증상이고 힘이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이 명현을 힘이 빠진 것으로 잘못 알고 미리 놀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힘을 보충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잘못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고  옛날 시어머니들이 며느리 배고픈 사정을 모르고 병들어 앓는 며느리를 혹사시키고 배골리는  것을 보통으로 아는 이가 있어서 의원들은 병든 며느리를 위하여 잘 먹이고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하였을지는 모르지만 자고로 어떠한 문헌에도 침구 치료 후에 잘먹어야 한다는  말이 없으며 더욱 과다 영양으로 안 먹고  굶는데 안간힘을 다하는 지금에는 알맞는  말이 아닐 것이다.

 

  "여기 좀 놔주시요 저기 좀 떠주시요"

  평생을 침과 뜸으로 정상 아닌  이상과싸우며 살창없고 감시하는 간수도  없는 감옥에 갇혀 살아 온 나는 나의 권리는 무엇이며 어느 때 있는가 생각하여 본다. 단 한 가지 외에는 없다. 그 한 가지는 병과 싸워 이겨내 그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권리 밖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고통을 없게 하여 달라는 말에 나는 아무 권리가 없는 것이. 그래서 아무리 말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병에 대한 말을 할 때는 다 들어 주는 수 밖에 없다. 치료를 하는 데는 나에게 권리가  있지만 때로는 치료에 있어서도 환자 권리가 많을 때 의료인이란 아무 권리도 없는 사람이 될  때도 있다. 이것은 환자가 여기 침 좀 놔주시요, 여기 뜸 좀  떠주시요 또는 큰 침으로 놔주시요,  뜸을 몇 장 더 떠주시요, 더 크게 떠 주시요 할 때에 환자가 의료인의 권리까지 다 하고 있으니 나는 무엇을 하나 하다가 아니다 이 환자는 나의 선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환자는 경험이 있는 환자임에 틀림 없다 하여 요구대로 다 하여  준다. 그리고서 어떠냐고 물어보면 이제 치료한 것 같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좋아진 것인지 정신까지 측정할 수는 없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치료  효과를 알지 못하였고 환자가 더 알고 왔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었다.

 

 침뜸이란 이런 것인가, 아마도 어느 환자나  다 같이 아픔을 싫어 하기 때문에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부 다 이렇게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고 보면 처음 침구 치료를 하러 왔다고 하는 사람은 침 한 구멍  뜸 한 자리라도 덜 하였으면 하지만 이 사람도 얼마 동안을 치료하여 침뜸에 익숙하여지면 무서워 하면서도 여기도 아픈데 이런 것도 침으로 나을 수 있느냐고 하며 시술을 하여  주기 바란. 그러다가 그것이 좋아지면 또다시 다른 곳을 말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인체는 떨어져 있는 곳이 한 군데 없이 전부 연결되어 있으며 침구 의학이란 전체  치료로서 근본이 나으면 줄기와 가지 또는 잎파리까지 낫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잎에 물만 발라 달라고 하는 식인 것이다.  뿌리에서 물이 올라 오기 전에  마르지 않게 잎에 물을 바르는 법도 효과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을 발라 주면  싱싱하게 보인다. 이 맛에 여기 좀 저기 좀 하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