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의 고수를 찾아서

연두농장에 다녀오다

최정 / 모모 2011. 4. 4. 12:34

               

 연두농장을 방문한 것은 꽃샘 추위가 잦아 들고 모처럼 봄햇살이 좋던 3월말이었다.

 연두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덜꽃 샘, 푸른나무 샘과 침뜸공부를 같이 하게 된 인연으로 진작에 한번 방문을 해보고 싶었던 곳이다.

 도심에서 어떻게 텃밭을 일구며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지, 농장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겸사겸사 놀러가 보기로 했다.

 

 공생공락 샘과 만나 지하철을 타고  갔다. 4호선 정왕역에서 걸어서 불과 7분 거리에 농장의 밭이 있었다.

 푸른나무 샘과 덜꽃 샘은 열심히 일하던 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시야에 잡히는 반은 시흥시였고, 나머지 반은 농장의 밭이었다.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도시와 농촌의 기묘한 동거의 풍경이랄까?  

 

 이곳 농장 식구들이 아직은 크게 바쁘지 않다고 말씀하시지만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 만큼 이것저것 바빠 보인다.

 연두농장 식구들은 주변에 각자 살면서 직장에 출퇴근 하듯이 농장에 나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었다.

 친환경 농사를 매개로 한 여러가지 교육 및 기획 사업 같은 것이 많은 것 같았다.

 도시와 유기농업을 연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고 연두농부학교를 통해 귀농, 귀촌 교육도 하고 있었다. 

 농장의 위치가 도시에 있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잇는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공간적 이점이 클 것으로 보였다.

     

 

               

                         <도심 속의 연두농장>                                                                      <대파>

 

 

               

                                <냉이>                                                                                <쑥>

 

 

 강원도에서 '오체 아빠'와 '밍밍맘'이 도착하기 전까지 농장 밭에서 냉이와 쑥을 캐보기로 했다.

 봄나물이 한창 올라올 시기이기도 했다. 밭을 다듬고 씨앗을 뿌리는 시기라서 아직 밭은 푸른빛 보다는 흙빛을 띠고 있었다.

 이제는 도시에서 흙을 밟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내 생활만 해도 그렇다. 

 일부러 등산을 하러 산에 가지 않는 한, 한 달이고, 반 년이고 흙을 밟을 기회가 없다.

 

 냉이를 캐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 만이었다. 공생공락 샘은 냉이 보다는 쑥 뜯기에 더 집중하신다.

 좀더 차분하고 꼼꼼해야 하는 쑥 뜯기 보다 내 성격에는 호미로 흙을 들추어 냉이를 건져 올리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냉이를 캤을 때 강원도 팀이 도착했다. 우리는 차로 이동해서 비닐하우스가 있는 다른 밭에 가보기로 했다.

 

 

              

                                <밀밭>                                                                                    <소리쟁이>

 

 

              

                               <별꽃>                                                                                   <쌈채 종류>   

 

 

              

                           <열무꽃>                                                                       <각종 씨앗이 심어져 있다>

 

 

 비닐하우스로 들어가니 여러 종류의 풀들을 볼 수 있었다. 잎을 뜯어 맛을 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잡초라 불리우는 여러 풀들을 다 먹을거리로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었다.

 연두 농장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안 쓰는 것은 기본이고 비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온통 풀밭이라고 한다. 

 덜꽃 샘이 맛있게 먹은 여러 종류의 풀 이야기를 해 주었으나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

 대기가 품은 온갖 성분을 고스란히 받아 질좋은 거름에 뿌리를 내리고 자랐을 테니,

 이곳에서 자란 모든 종류의 채소류와 풀들의 맛이 달고 싱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생태화장실을 만들어 똥오줌을 온전히 거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특히 토종 종자를 받아, 토종 종자를 살려 내어 농사를 짓는 것은 또다른 의미의 도전이 될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마침 제4기 연두농부학교의 강좌가 있는 날이었다.

 "내 손으로 받는 우리 종자"라는 주제로 안완식 토종 박사님의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도 한 자리 끼어 강의를 듣을 수 있었다.

 우리는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연두농장의 변현단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반갑게 맞이하며 웃는 모습에서 연두농장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강의에 등장하는 육종, 채종 등의 내용은 내게 대부분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열심히 필기를 하는 척 하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농사 경험이 없는 내게는 다소 무리가 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토종 종자에 대한 인식이다.

 내가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영역이었던 것이다. 농사 짓는 일이야 말로 올바른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강의 도중에 오이, 호박, 참외, 옥수수 등의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나는 그 단어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자꾸 딴 생각에 빠지곤 했다.

 내게 연결된 이 공간과 이 길은 어떤 의미일까? 답도 내리지 못하면서 자꾸 질문해 보게 되는 것이었다.

 

 

              

                <연두농부학교 강좌가 있던 날>                                                             안완식 토종박사

 

 

 강좌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일교차가 얼마나 큰 지 차갑다 못해 무척 춥게 느껴졌다.

 겨울 옷을 너무 빨리 벗어 버린 게 후회될 정도였다. 추위에 떨면서 푸른나무 샘과 덜꽃 샘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갔다.

 우리가 온다고 어제 새벽 2시까지 푸른나무 샘이 안주를 준비해 놓았다고 했다.

 막걸리를 따끈하게 데우고 해물떡볶이와 두부김치가 차려졌다. 따끈한 막걸리를 마시고 나니 몸이 금세 따뜻해졌다.

 유기농 토종 배추로 담갔다는 김치가 아삭아삭 알싸하게 씹혔다.

 

 농사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집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니까 침뜸 뒤풀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덜꽃 샘과 푸른나무 샘은 농촌으로 가서 정착할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 지역을 갈까 고민 중이다.

 어디를 가든 씩씩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뿌리를 내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장에 있는 책들의 목록을 보니 푸른나무 샘과 덜꽃 샘은 산 아래 땅을 일구며 사는 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새롭게 침뜸 관련 책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덜꽃 샘을 지독하게 괴롭혀온 아토피 때문에 만나게 된 침뜸. 침뜸으로 몰라보게 좋아진 덜꽃 샘을 보면서,

 자기의 몸에 침뜸을 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덜꽃 샘과 푸른나무 샘을 보면서 인생의 우연과 필연에 대한 얄궂지만 재미있는 운명을 떠올려 본다. 

 

 연두농장을 시작으로 이렇게 답사가 시작되었으니 다음 주에는 괴산의 솔뫼농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무엇인가 나에게도 답이 보일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올봄은 내게 흙 냄새를 찾으러 다니는 재미있는 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