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의 고수를 찾아서

귀농의 고수를 찾아서2 - 탁트인 민박

최정 / 모모 2011. 4. 10. 12:36

 

 경북 화북면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큰 길까지 나와 한참을 기다려 주시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 분은 이명학 씨였다.

 알고 보니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상주귀농센터장을 맡고 있는 분이셨다. 

 전국운동귀농본부 귀농학교에서 서피 선배와 만났다고 한다. 이번에 거의 6-7년 만에 만나게 된 두 분은 서로 무척 반가워하셨다.

 그만큼 서로 밀린 이야기도 많았다. 술잔을 놓고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집 옆에 붙은 "탁 트인 민박"이라고 이름을 지은 방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이 집을 손수 다 설계하며 지어서 그런지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상주귀농지원센터, 탁 트인 민박>                                           <앞에 펼쳐진 백두대간의 모습>

 

 

 

                 

                        <탁 트인 민박 거실 모습>                                                            <탁 트인 민박 전경>

 

 

 

 단정하고 분석적이고 냉철한 인상을 지니신 것 만큼이나 건물의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실용적이었다.

 "탁 트인 민박"은 수시로 찾아오는 여러 방문객들과 손님들을 배려하여 지어졌다.

 큰 거실과 방 2개, 30명 분의 식사가 가능한 주방 시설, 이불, 노트북, 프로젝트, 엠프, 칠판, 평상 등 여럿이 모여 세미나와 교육 활동이 가능한 장소였다.

 무엇보다 앞마당에 서면 정말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백두대간의 줄기가 경쾌하게 이어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속리산 문장대가 보였다. 지난 가을에 드디어 3번째 밟았던 문장대가 보이니 더욱 반가웠다.

 

 상주 지역의 귀농 실태와 현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근래 2-3년 사이에 급격하게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도시의 삶이 한계에 다다랐거나 도시를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리라.

 물론 생태 농업이나 지구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 했을 것이다. 

 화북면의 실거주 인구는 1600명 정도인데 이 중에서 가임 가능 여성은 딱 2명이라고 한다.

 만약 이  두 명이 십 년 동안 매년 애기만 낳는다고 가정해도 20명의 인구만 늘어날 뿐이니, 이미 농촌에서는 초고령화 그 자체인 것이다.

 독거노인도 상당하다고 한다. 요즘에는 귀농도 전업농만이 아닌 말년 안식처나 요양 등 다양한 형태로 변했다고 한다.

 땅을 일구려는 젊은 농부가 정말 절실해 보인다.

 

 

                 

                               <진돗개 몽실이>                                                                  <생태화장실 전체 모습>

 

 

 

                 

                  <생태화장실 이름은 생각보따리방>                                                           <화장실 내부>

 

 

 

 집을 나서기 전에 "생각보따리방"이라고 이름을 붙인 생태화장실을 구경했다.

 진작 알았으면 아침 볼 일을 여기서 보는 건데 하며 뒤늦은 아쉬움이 들었다.

 '밍밍 맘'은 어찌 알고 민박집 안의 좌변기를 거절하고 조금 아래에 위치한 이곳을 알고 이용했다. 너무 깔끔하고 쾌적했다.

 나무로 지어져 공기가 술술 통해서인지 안을 들여다 봐도 화장실 냄새가 없었다.

 변기 앞에는 발이 쳐져 있었는데, 이 발은 안에서는 밖의 풍경이 잘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볼일을 보면서도 정말 맑고 상큼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골 화장실의 불편함이나 불결한 이미지를 벗는 순간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참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농촌의 삶도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고 쾌적한 곳에서 자서 그런지 아침에 다들 일찍 일어났다.

 냉이와 달래가 들어간 국과 민들레 무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차를 마시며 또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명학 씨는 귀농한 지가 벌써13년째이시란다. 지금은 귀농을 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활동을 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으시다.

 귀농 관련 강연도 꽤 하시는 듯 보였다. 귀농 관련 일을 시작하고 귀농을 실천할 때만 해도 도시가 대세였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미래를 보는 눈이 탁월하셨던 게 분명하다.

 또 보일러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라 주변 사람들이 보일러 박사라고 부를 정도이다. 보일러에 이상이 생기면 사람들이 전화로 물어온다.

 웬만한 것은 전화로 대처법을 알려 주시는지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에도 두어 건 보일러 관련 문의전화를 받으시는 것을 봤다.  

 

 '오체 아빠'와 관련된 추억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 학교 동기생분들이 여기저기 귀농계의 거물(?)로 자리잡아 일을 하고 있으신 모양이다.

 '오체 아빠' 농장에도 농사를 배우겠다고 한 해에도 여럿이 머물러 간다고 하니, 1인귀농운동본부라 할만 하겠다.

 이명학 씨가 수년 전에 보일러를 싣고 강원도까지 가서 '오체 아빠' 집에 보일러를 설치해 주었다고 하니 귀농학교로 맺어진 두 분의 우정이 느껴졌다.

 

 마당에는 '몽실이'가 살고 있다. 순수 혈통 진돗개라고 한다.

 밤에 들어갈 때는 맹렬하게 짖었는데 아침에 같이 놀다보니 여간 순한 게 아니다.

 몽실이는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집에 살면서 호사하고 있었으니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딱 맞았다.

 "예쁘다∼" 하고 말하면 엉덩이를 두드려 달라고 엉덩이를 들이민다. 흰둥이 몽실이가 무척 귀엽다.

 보통 개들은 반가우면 얼굴을 들이미는데, 이 녀석에게 어릴 때부터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예쁘다고 말해 주었다더니

 엉덩이를 들이대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ㅋㅋ

 

 

 

 

                 

                              <꽃따지>                                                            <오미자밭>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을 보고 싶다고 하자 우리를 근처에 있는 밭으로 안내해 주셨다. 오미자밭이었다.

 나는 오미자밭은 이번에 처음 봤다. 땅주인에게 20년 임대를 받았다고 하니 그 신뢰 관계가 어떠한 지 알만 했다.

 오미자밭 옆에는 배추 농사를 지었던 밭이 붙어 있었다.

 작년에 귀농 학교 학생들과 배추 농사를 지었는데 날씨가 워낙 춥고 비도 많은 해여서 수확량이 민망할 정도 였다고 한다.

 오래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은 수확이 많거나 적거나 그 과정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

 초보 귀농 학교 학생들은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작년에 배추값이 폭등할 정도로 농사가 쉽지 않은 해에 도전을 했으니 농사 초보자들은 제대로 쓴맛을 본 셈이다. 

 땅을 일구며 사는 일이 자연에 순응하는 일이라면 그 결과에 있어서도 덤덤하게 순응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느껴본다.

 

 바쁜 농사철이라 일이 많이 밀려 있다고 하시면서도 오랜만에 찾아온 벗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우리에게 다른 곳을 더 안내해 주시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트럭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도의 경계를 넘어 충북 괴산군으로 향했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