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골치 아픈 고라니 녀석들 & 양상추와 브로컬리 심기

최정 / 모모 2011. 5. 21. 23:15

 

2011년 5월 12일 목요일. 비가 오락가락하며 꽤 왔다.

 

 

봄비가 이어져서 아직 양상추밭에 양상추를 다 심지 못했다.

조금만 더 심으면 되는데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렸다. 우비를 입고 남은 양상추를 다 심기로 했다.

 

특히 걱정거리는 고라니가 양상추를 뜯어 먹는 일이다.

이 고라니 녀석들은 보통 가을에나 밭에 내려온다는데 올해는 봄부터 밭에 있는 양상추에 맛을 들였다.

봄에는 산에 싱싱한 풀들이 많아 밭에 있는 작물을 탐내는 일이 드물다는데

어찌어찌하다 이 녀석들이 우리 농장의 밭에 있는 양상추를 발견했나 보다.

모종이 어려서 야들야들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인지

심어 놓으면 또 뜯어 먹고 해서 밭 둘레에 망을 쳐 놓았는데 또 뜯어 먹었다.

야광 불빛등도 몇 개 걸어 놓고 사람 냄새를 무서워한다고 해서 머리카락을 구해다가 군데군데 걸었는데도

양배추를 뜯어 먹어서 결국 나중에는 고라니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모종이 어느 정도 커서 질겨지면 고라니가 안 온다고 했다.

우선 일주일 정도만 교대로 밤새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양상추 밭을 향해 트럭을 세워 헤드라이트를 켜 놓고 30분마다 밭 둘레를 순찰했다.

밤 11시-새벽 2시, 다시 교대하여 새벽 2시-5시. 2교대로 고라니를 감시했다.

고라니는 야행성 동물이라서 날이 밝으면 안 나타난단다.

이렇게 며칠 교대를 서는 동안 날이 샐 때까지 불침번을 선 사람은 오전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일정한 양의 양상추를 계약 재배하는 밭이라서 생산량을 맞추어야 하니 우리도 밭을 지킬 수 밖에 없다.

첫날 고라니들이 놀랬는지 그 후 며칠 동안 나타나지를 않았다.

 

이 지역의 주변 밭에는 고라니 같은 짐승들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밭에 망을 쳐 놓은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산에 호랑이 같은 천적이 없어서인지 고라니 개체수가 무척 많나 보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주로 생산하는 다른 지역에서는 멧돼지떼 때문에 밭이 엉망으로 망가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애써 심고 키운 것들을 맷돼지가 하룻밤 사이에 다 먹어 치우고 엉망으로 휘저어 놓고 간다고 한다.

그나마 얌전하고 예쁘게 생긴 고라니들이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동물들과 인간들이 적절하게 공생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멀리 보이는 비탈진 산에 있는 밭은 3만 평이 넘는다고 한다.

 

 

 

파아란 비닐 하우스 뒷편에 자작나무가 모여 있다. 새싹 빛이 감동적이다.

 

 

 

자작나무들이 여린 잎을 키우고 있다.

 

 

 

고라니들이 뜯어 먹은 곳에 다시 양상추를 심고 있다.(보식)

 

 

 

비가 제법 내렸지만 우비를 입고 나머지 양상추를 심었다.

 

 

 

고라니를 막기 위한 망. 밭 둘레에 모두 망을 쳐 놓았지만 고라니들이 점프해서 또 넘어 들어 왔다.

 

 

 

비오는 날 양상추 심기와 복토하기

 

 

 

젖은 흙을 퍼올려 복토를 하면 두 배의 힘이 든다.

 

 

 

젖은 흙을 퍼서 복토를 했다.

양상추의 뿌리가 흙에서 뜨지 않게 힘을 주어 누르면서 복토를 하다 보니 손가락이 시큰거렸다.

나는 아직 요령이 없어서 곧이곧대로 있는 대로 힘을 주면서 일을 한 탓이다.

손빨래나 걸레를 짜 본 일도 드물었던 나의 손이다 보니 더 그랬다.

비가 오고 흐린, 이런 날은 관절통이 심해지는 날이다. 관절은 습한 기운에 약하다.

일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에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붓고 많이 시큰거렸다.

손발끝 12정혈을 사혈하고 시큰거리는 손가락 마디에 집중적으로 사혈했다.

손가락 마디가 좀 부드러워지고 붓기가 금방 빠졌다.

혈자리는 없지만 중수골 뼈 사이에 침을 꽂고 팔의 주요 혈자리에 침을 찔렀다.

나중에까지 안 풀렸던 둘째손가락 마디에는 아프지만 참고서 침을 횡자로 찔러 놓았더니 통증이 확 줄었다.

가느다란 내 손가락에 근육이 생기고 마디가 굵어지는 과정인가 보다.

 

역시 흐린 날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관절통이 심해지나 보다.

'최복토' 양에게는 허리와 어깨에, '밍밍 언니'에게는 허리와 꼬리뼈 주변에,

'밍밍 맘'(밥을 주고 있으니 밍밍이가 엄마라고 생각한다.^^)에게는 어깨와 팔뚝 중심으로 침을 찔러 주었다.

농장주인 '오체 아빠'(큰 개 '오체'의 주인이라서^^)도 이 날은 허리에 침을 놔 달라고 했다.

 

 

 

2011년 5월 13일 금요일. 맑음

 

 

어제의 날씨가 거짓말처럼 지나 가고 하늘이 맑게 개였다.

비오는 날 무리했기 때문에 오늘은 오전에 브로컬리 심기만 마치기로 했다.

아직 흙이 젖어 있어서 물이 덜 빠진 곳은 복토하기가 불편했다.

다들 모종을 심고 복토하는 일에 익숙해진 탓에 점심 때까지 마칠 수가 있었다.

브로컬리는 키우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고 했다. 설명을 들었으나 경험을 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브로컬리 열매는 영양가가 매우 많아서 온갖 벌레들이 달려든단다.

목초액(자연 원료로 만든 방제약)을 뿌리기는 하지만 택도 없고 손으로 벌레를 잡기는 해도 힘들단다.

손도 많이 가고 시기를 잘 맞추어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도 높은 종류라고 한다.

'오체 아빠'는 경험이 많아 잘 키우시는 것 같다.

다른 농장에서는 브로컬리를 많이 키우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고 한다.

다른 채소류보다 브로컬리가 비싼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유기농법은 키우는 과정에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더욱 힘들지만 영양가 높고 흙을 살리는 생산물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비록 느리고 더딘 삶의 과정이 되겠지만 건강한 생산물과 환경, 지구에 대해

나는 평생 고민하고 배워가게 될 것이다.

 

 

 

브로컬리 모종

 

 

 

브로컬리 심기

 

 

 

브로컬리 심은 후 복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