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두 알에 정성을 모아 - 무씨 파종

최정 / 모모 2011. 5. 21. 23:46

2011년 5월 14일 토요일. 맑음

 

 

조합에서 올해 무밭을 공동 경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주 바쁜 시기인데 조합원 농부들이 몇 분 모였다.

무씨 한 통에 7-8만원이라는데 1만 개의 무씨가 들어있다고 한다.

개인 당 한 통을 심으면 일이 끝날 거라고 했다. 혼자 1만 개의 무씨를 다?

무씨 통이 8개는 되는 것 같았다.

2천 평이 넘는 밭에, 한 개의 구멍 당 무씨 2개 정도를 집어서 쿡 눌러서 넣으면 된다.

 

직접 손으로 무씨를 집어 보니 아주 작아서 2개를 딱 잡아 내기가 어려웠다.

서너 개씩 손에 잡히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며칠 전에 비가 와서 흙이 단단해져 있는 것이 문제였다.

씨를 살짝만 눌러 심어도 흙이 자연스럽게 덮여야 하는데

흙이 단단해서 씨를 잡아올린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흙에 넣을 때 살갗이 아팠다.

작은 밭을 다 하고 나니 손톱 주변의 살갗이 벗겨질 것 같았다.

결국 작은 나무 막대기를 사용해 무씨를 놓고 손가락 대신 눌러 심었다.

이러다 보니 시간은 두 배로 들었다. 이러다가 언제 다하나?

다른 조합원 분들은 능숙하게 쿡쿡 눌러서 빠른 속도로 무씨를 심는 것이 보였다.

능숙하게 단련된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도 흙이 부드러울 때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고 했다.

 

무씨를 심을 비닐 구멍 사이로 풀의 싹들이 아주 작게 올라오고 있었다.

결국 나와 '최복토,' '밍밍 언니'는 무씨 심을 구멍을 휘젓어 김매기 하는 일을 했다.

이렇게 휘젓어 놓으면 한 달 정도는 김매기를 안 해도 되고

무엇보다 단단해진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무씨 심는 속도를 올릴 수가 있다고 했다.

우리들이 김매기를 하면 남자 조합원 분들이 빠른 속도로  무씨를 심었다.

 

그나저나 한 나절 하면 끝날 것 같다던 일이 단단해진 흙 탓에 오후에 끝났다.

새참도 먹고 점심도 먹고 종종 쉬면서 쉬엄쉬엄 했지만 대낮의 햇살은 역시 따가웠다.

한쪽에서는 고라니를 막기 위한 그물 망도 쳤다.

초록 색의 작은 무씨가 이런 마른 흙에서 어떻게 싹을 틔우나 걱정했는데 며칠 후면 싹이 튼다고 한다.

며칠 전에 심어 놓은 것을 보니 정말 아주 작은 무싹이 나와 있었다.

땅은 정말 신기하다. 아직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무씨 한 통에 1만 개의 씨가 들어 있다.

 

 

 

                   

                                                     무씨를 구멍에 심고 있는 모습. 이 밭의 고랑도 참 길었다.

 

 

 

무씨를 심고 근방에 있는 우리 농장의 양배추 밭에 김매기를 하러 갔다.

4월에 심은 곳이라 양배추와 양상추가 제법 컸다.

김매기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풀들이 아주 작을 때 해 주어야지 일주일만 더 지나가면 풀이 커져서 무척 힘들다고 한다.

풀이 클수록 힘은 두 배로 든다고 한다.

인걸이(사람이 소처럼 쇠스랑을 끌어 작은 풀들을 뒤집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식의 김매기)를 해야 하는데

비가 와서 땅이 단단해진 탓에 힘들었다. 그래서 두 골 정도를 하다가 그냥 왔다.

아, 이제 기온이 올라갈수록 풀과의 전쟁을 하게 될 것 같다.

 

 

 

 

고랑에 풀들이 작게 올라오고 있다. 이때 인걸이를 해서 김매기를 해 주어야 한단다.

 

 

 

괭이로 풀 뿌리를 뒤집어 김매기를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