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밭일 이틀째 - 감자와 양상추 심기

최정 / 모모 2011. 5. 21. 21:46

2011년 5월 6일 금요일. 맑음

 

 

오늘은 우리 농장의 밭에 감자와 양상추를 심는 날이다.

어제 갑자기, 처음으로 하루 종일 밭일을 해 봤기 때문에 온몸의 근육들이 충격을 받았나 보다.

여기저기 침을 찔렀기 때문에 아침 일찍 잘 일어났지만 감자통을 짊어진 어깨는 아직 묵직했다.

내 몸이 단련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감자밭에서                                                                         비닐 씌우고 감자 심기

 

 

 

어제 품앗이를 해 준 아저씨네 가족이 오셨다. 멀칭을 직접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곳의 밭들은 다 넓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것 같았다.

나는 멀칭하는 일을 돕고 한 쪽에서는 감자를 심었다.

오전 새참을 금방 먹는다는 생각에 아침에 밥 대신 율무차만 마시고 나왔더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

아, 밥을 먹을 걸 하는 엄청난 후회를 하며 비닐 씌우는 일을 했다.

'밍밍 언니'(강아지 밍밍이를 좋아해서 이렇게 부른다.^^)가 나보다는 익숙하게 잘 해서 다행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확실히 엄청난 근력과 열량을 필요로 하나 보다.

나는 비닐을 두 줄 정도 씌우고 나면 목이 말라 자꾸 물만 마셨다.

다들 익숙하게 잘 하는데 초보인 내게는 '우와, 이걸 어떻게 다 하지?' 하는 감탄 아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최복토'(복토-흙덮기를 잘 해서 이렇게 부른다. ^^) 양이 새참을 준비하러 집에 갔다.

어찌나 맛있던지, 다시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점심 때까지 감자를 다 심었다. 나중에 감자와 감자 사이에는 배추를 심을 것이라고 한다.

이곳만의 고랭지 2모작 형태이다.

 

'최복토' 양이 후다닥 점심 준비를 한 덕에 잘 먹었다.

오후 새참은 '밍밍 언니'가 솜씨를 발휘해서 토스토를 먹을 수 있었다.

나를 제외 하고 다들 음식 솜씨가 좋다. 재빨리 반찬거리를 잘 만든다.

나는 대신 밤에 이방 저방을 다니며 주치의 역할을 한다.

일을 하며 생긴 피로와 근육통을 침으로 빨리 풀어주고 뜸자리를 잡아주어

건강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이다.

먹을거리 말고 의료도 어느 정도 자급자족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멀칭(비닐 씌우기)하는 기계                                                      양상추 심고 흙 덮기

 

 

 

점심을 먹고 나서는 멀칭기를 빌릴 수 있었다.

양상추를 심을 밭으로 이동해서 한쪽에서는 멀칭을 하고 나머지는 양상추를 심었다.

이 양상추 모종은 어찌나 싹이 연한지 부러지지 않게 살살 다루어 주어야 한다.

양상추를 심고 흙을 덮어주는 일(복토)을 하는 것도 내게는 처음이었다.

복토는 쪼그리고 앉아서 하기 때문에 허리가 뻐근했다.

아랫집 아주머니의 일하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내공을 어찌 하루 아침에 따라갈 수가 있겠는가.

 

내일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어떻게 하든 많은 양의 양상추를 심어야 한다.

오늘 끝낼 수 있는 양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심어보기로 했다.

복토를 안 하고 일단 심기만 해도 비가 오기 때문에 모종이 금방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후 5시 30분이 넘으면서 덥게 느껴졌던 햇살을 타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땀이 식으니까 바람이 더 차게 느껴졌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면 온도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고지대의 엄청남 일교차가 내 몸에는 낯설었다.

비오기 전 날이라 어두워질 때까지 했는데 춥게 느껴지는 기온이 게 내겐 힘들었다.

 

 

 

 

             

                   양상추를 심기 위해 모종을 갖다 놓았다.                                                해가 지고 있다.

 

 

 

어두워져서 일을 끝내기로 했다. 오늘도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수다 떨고 웃으며 일을 하다 보니 시간 개념도 어느덧 사라진다.

머리가 순식간에 비워지는 느낌이다. 몸이 고되어 지니 머리쓰는 일은 저절로 멀어진다.

잡다한 상념들이 이곳 산골에 온 지, 이틀만에 날아가 버린 것 같다.

몸은 무거워지고 머리는 가벼워졌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종일 흙만 밟았다.

 

정말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몰려왔다. 별이 숨었다.

비 예보로 내일 오전은 쉬기로 되어 있다. 정말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나는 새벽에 빗소리를 듣고 깨어나서 여러 번 몸을 뒤척거렸다.

비몽사몽 빗소리에 취했다. 몸이 노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