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아랫집 아저씨네 양배추 심기

최정 / 모모 2011. 6. 12. 11:15

 2011년 5월 25일 수요일. 맑음

 

 

 햇살이 본격적으로 뜨겁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아랫집 아저씨네 밭에 양배추 심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아직 양배추 모종이 어리지만 오늘 심기로 했단다.

 흐리거나 비오기 전에 심으면 모종이 죽지 않고 싱싱하게 밭에 뿌리를 잘 내리기 때문이다.

 

 

 

파종기 - 파종기로 비닐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 모종을 던져 넣어 양배추를 심는다.

보기 보다 파종기의 무게가 꽤 된다. 남자들이 주로 파종기를 사용하고 여자들이 모종을 던져 주었다.

파종기를 사용할 때는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내어야 하고 적당한 깊이로 심을 수 있게 눌러야 한다.

파종기로 오래 일을 하다 보면 양쪽 팔뚝의 근육이 뻑뻑해진다.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듯한 속도로 양배추를 심고 있다.

'오체 아빠'와 '최복토'양은 엄청난 스피드로 호흡을 맞추어 모종을 심는다.

이 둘이 하면 한 1천평쯤은 거뜬하게, 순식간에 해 낸다.

'최복토'양이 모종을 모판에서 뽑아 파종기 구멍에 던져 넣는 속도와 명중률은 엄청나다.

모종을 뽑아 던지는 손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빠르다. 쉭쉭쉭, 휙휙---

 

 

 

양배추 모종이 뿌리를 잘 내려서 자라도록 흙을 덮는 복토만 남았다.

 

 

 

파종기로 심은 양배추 모종

 

 

 

흙을 덮는 농기구인 '복토기' 사진

손잡이를 잡고 자기 몸쪽으로 당기면 많은 양의 흙이 퍼올려 진다.

모종삽으로 흙을 푸면 2-3번은 퍼올려야 하지만 복토기로 하면 한 번에 충분한 흙을 퍼올릴 수 있다.

 

 

 

 나는 종일 복토하는 일을 했는데 햇살이 뜨거운 시간이 오자 등이 뜨끈해졌다.

 그 긴 밭이랑을 보면 저걸 언제 다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밭의 끝부분을 보면 안 된다. 그냥 양배추만 보면서 해야 한다.

 지루해지면 수다를 떨어야 한다.

 아랫집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자잘한 수다를 떨며 복토를 하면 보면 어느새 또 한 이랑이 끝난다.

 

 복토는 쪼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굽혀 하기 때문에 허리에 통증이 오곤 한다.

 아저씨는 무릎이 아프다 하시고, 아주머니는 허리가 아프시단다.

 나는 가느다란 손마디에 아직 일근육이 없어 손가락이 먼저 뻑뻑해졌다.

 아직 초보자인 나에게는 이럴 때에는 무념무상에 빠져야 한다.

 마치 고행을 하듯, 명상을 하듯 열중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고

 새참 시간이 오고 점심 시간이 오고 그러다 보면 양배추가 심어져 있다.

 

 날이 뜨거워 중간에 모판에 물을 추가로 적셔주고 심었다.

 오후 5시 30분쯤이 되니 선선한 산골 바람이 불어온다.

 이때 쯤이면 몸은 지쳐가지만 이 선선한 바람 덕에 버틸 수 있다.

 해질 시간이 가까워 오면 제법 오싹한 기온이 느껴진다.

 아, 여기가 해발 700미터의 고지라는 것을 실감하는 바람이다.

 

 양배추를 다 심고 고라니 칩입을 막기 위한 망도 쳤다.

 그리고 아저씨네 개 세 마리를 군데군데 묶어 놓았다.

 이 개들은 고라니 때문에 졸지에 유배를 당한 셈이다.^^

 우리 농장 밭 옆에 있는 밭이라서 이날 이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 개들을 가끔 보곤 했는데 어찌나 사람을 반가워하는지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차에 고라니가 오면 도리어 반가워 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복토하는 일이 아직 내게는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종일 하다 보니 좀 익숙해진 느낌이다.

 더구나 아저씨네 밭은 돌도 거의 없고 흙이 아주 부드러웠다.

 허리 통증은 '밍밍맘'에게 부탁해서 몇 개의 침으로 해결했고

 손가락 마디의 통증도 따기침과 몇 개의 침으로 스스로 해결했다.

 

 

 

                                      

                             손 마디마다 사혈을 하고 중수골 사이를 찔러도 끝내 통증이 잘 안 풀리는 부분은

                         사진처럼 직접 아픈 곳의 마디에 횡자로 1.5센티 정도 찔러 보니 통증이 잘 해소되었다.